특히 자신을 낮추고 이웃을 배려하는 겸손은 우리네 삶을 윤택하게 하고 세상을 빛나게 한다. 기고만장한 자만을 버리고 나를 낮추는 하심(下心), 곧 겸손의 미덕을 본보여야 한다. 우주만상과 자연현상을 통해 삶의 도리와 앞날의 지혜를 밝혀주고 있는 ‘주역’의 15번째 괘명 ‘지산겸’(地山謙)에서 겸손의 이치를 찾을 수 있다. ‘지산겸’은 낮은 땅(地) 아래에 높은 산(山)이 있는 형상으로서 자신을 굽혀서 낮은 자보다 더욱 낮추는 겸하의 상이다. 겸손이야말로 처세의 필수 덕목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명심보감’은 “윗사람의 총애를 받으면 언젠가 욕됨이 있음을 생각하고, 안락한 위치에 있더라도 위태로울 때를 생각해 항상 겸손하라(得寵思辱 安居慮危)”고 경책했다.
은나라 건국의 기틀을 잡은 ‘태공망’도 “자기의 지위가 높다 하여 상대를 천시하지 말고 자기가 많이 지녔다 하여 상대의 적음을 멸시하지 말며 용맹을 간직했다 하여 적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勿以貴己而賤人 勿以自大而蔑小 勿以持勇而輕敵)”고 했다. 겸손하라는 가르침이다.
인격적 품성으로 존경받는 삶을 살아온 지도층 인사인데도, 음주 등으로 자만과 우쭐함에 빠져 불명예 퇴장하는 인사들이 적잖아 안타깝다. ‘경행록’은 이렇게 교훈을 주고 있다. “자만하지 않는 자 이익이 있고,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 자라야 나아갈 수 있다.(不自滿者受益 不自是者傳聞)” 세모다. 지나온 한 해를 뒤돌아보자.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得寵思辱 : ‘윗사람의 총애를 받으면 언젠가 욕됨이 있음을 생각하고 겸손하라’는 뜻.
得 얻을 득, 寵 사랑할 총, 思 생각 사, 辱 욕될 욕
得 얻을 득, 寵 사랑할 총, 思 생각 사, 辱 욕될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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