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라이트·레프트 달라도
팀 주 공격수 역할은 비슷해 남자 프로배구 ‘명가’ 삼성화재의 상승세가 무섭다. 1라운드에서 부진했지만 최근 6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까지 위협할 수준으로 올라섰다.
상승세의 비결은 ‘독일산 폭격기’ 괴르기 그로저의 맹활약이다. V-리그 코트에 첫선을 보였던 지난 10월20일 현대캐피탈전만 해도 17득점, 13범실, 공격성공률 33.33%로 부진했던 그로저. 이제 V-리그 적응을 마치고 연일 상대 코트를 맹폭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선두 OK저축은행전에서는 서브득점 7개, 블로킹 3개 포함 40점을 몰아치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3년간 대전 충무체육관에 깊게 드리웠던 레오의 그림자는 지워지고 새 주인 그로저가 포효하는 모습만이 기억날 정도다.
반면 그로저가 서브나 블로킹에서는 더 다재다능하다. 특히 서브는 역대 최강이다. 3m75의 타점에서 내리꽂는 그로저의 파워 서브는 빠르게 휘어들어가 리시버들이 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지난달 18일 OK저축은행전에서는 무려 9개의 서브득점을 뺏어내기도 했다. 이는 종전 기록인 8개를 뛰어넘는 한 경기 최다 서브득점 신기록이었다. 현재 세트당 0.878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2위인 시몬(OK저축은행, 세트당 0.481개)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쏠쏠한 블로킹 능력을 갖춰 벌써 두 차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반면 레오는 서브는 뛰어났으나 번번이 블로킹에 발목을 잡혀 V-리그 3년차인 지난 시즌에야 첫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했다.
둘의 비교는 시즌 끝까지 가봐야 가능할 듯하다. 레오는 지난 3년간 매 경기 50% 이상의 팀 공격을 책임지면서도 체력에서 큰 문제를 노출한 적이 없다. V-리그 새내기인 그로저는 유럽에서 뛸 때 팀 공격의 30% 정도만 맡았다. 그러나 삼성화재에서는 팀 시스템상 50% 이상을 책임져 줘야 한다. 경기 일정도 유럽보다 훨씬 빡빡하다. 그로저가 시즌 막판까지 폭발력을 이어가야 삼성화재도 정상을 바라볼 수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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