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뻔한 교육에 VTR 시청이 고작인 수렵 안전교육

입력 : 2015-11-30 19:53:21 수정 : 2015-11-30 22:50: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돌아온 수렵시즌··· 엽사들 형식적 강습 불만 폭주 지난 20일부터 전국 24개 수렵장이 일제히 문을 열면서 수렵시즌이 시작됐지만 엽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경찰서 무기고에서 경찰이 개인 소지 총기류를 정리하고 있다.
전국에서 1만5000여명에 이르는 엽사들은 올해부터 강화된 총기 관리지침에 따라 매년 수렵 전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이수 기회 자체가 적고, 강습 내용도 부실하다는 수렵인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 초 세종시와 화성 등에서 잇따라 총기사고가 발생하자 총기 관리와 입·출고 요건 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한 바 있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수렵시즌부터 수렵 전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예 수렵장 관할 경찰서에서 총기 출고를 금지하고 있다. 수렵 전 교육은 경찰청 산하 특수법인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가 담당하는데 2만원의 강습비를 내고 사전 예약한 사람에 한해 교육받도록 하고 있지만, 교육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로 총기 안전수칙을 담은 VTR를 30분 시청하고, 강사로부터 20여분 정도 총기사고 사례 등의 강연을 듣는 것이 전부다.

지난 10월 초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교육을 이수한 이영근(49)씨는 “교육이 대부분 평일에 있어 시간을 맞추지 못해 아예 올해 수렵시즌을 포기하는 동호인도 주변에 여럿 있다”며 “어렵게 시간을 내서 2만원이나 교육비를 내고 강의를 들었는데, ‘사람한테 총을 겨누면 안 된다’는 뻔한 내용만 담긴 VTR만 보고 돌아와 허무했다”고 토로했다.

주먹구구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보니,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된 경력이 있는 강사를 초빙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해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가 초빙한 서울 사립대 교수 출신 A강사는 지난해 경기 화성에서 밀렵하다가 적발돼 벌금을 낸 전력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해임됐다.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관계자는 “올해 처음 대규모 안전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운영상의 미숙한 점이 있었다”며 “내년부터는 교육 횟수나 강사진 선정 등 교육과정에 대해 경찰청과 협의를 거쳐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수렵 시 2인 이상 동행하지 않으면 총기 입·출고를 허가하지 않는 규정 때문에 갖가지 꼼수도 횡행하고 있다. 수렵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렵 동행인을 구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총기 출고할 때만 만나서 사냥은 각자 즐기고 오후 정해진 시간에 모이자’는 내용이다. 경찰은 “총기 소지자가 수렵장이 아닌 다른 장소로 향하거나 범죄 행위를 했을 때 긴급한 구호신청을 하기 위해 2인 이상 동행 규정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셈이다.

경남수렵협회 소속 강영진(55)씨는 “수렵장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다니면 오히려 오발 사고의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며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활용해 동선을 확인하면 될 일을 수렵인들에게 떠넘기는 행정편의적 발상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세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