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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쇼핑의 천국' 홍콩? 그게 다가 아니에요 ①

입력 : 2015-12-12 10:00:07 수정 : 2015-12-12 13: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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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2015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취재를 위해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시간 뒤, 도착한 홍콩은 더웠다.

12월이니까 여행용 가방에 두둑한 옷을 여러벌 챙긴 기자는 ‘역시 해외는 다녀본 사람이 나와야 뭘 좀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홍콩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트는 필요 없었다. 얇은 셔츠 한 장이면 충분했다. 홍콩 지하철(MTR) 내부 전광판은 20℃가 넘고, 습도는 8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던 5월의 어느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룹 빅뱅이 ‘올해의 가수상’을 타는 것으로 ‘MAMA’는 막을 내렸다. 이왕 온 김에 홍콩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세금이 붙지 않아 싼 가격에 물건을 산다는 장점 때문에 관광객이 몰리는 시즌이어서 그들 물결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기자가 홍콩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영화 때문이다. 왕가위(王家卫)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왕페이(王菲)와 양조위(梁朝偉)가 열연한 ‘중경삼림(重慶森林)’을 본 뒤, 반드시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를 타리라 결심했다.

 

배우 왕페이가 양가위의 집을 훔쳐보기 위해 탔던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 드디어 탔다.

양조위의 집을 훔쳐 보려던 왕페이 눈에도 이렇게 비쳤을까? 왕페이 '1인칭 시점'이다.


2015년 홍콩 풍경은 ‘중경삼림’이 개봉했던 1994년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센트럴(Central)처럼 금융 기업이 몰린 지역이나 번화가는 서울과 비슷하지만, 조금만 벗어나 변두리로 향하니 좁은 아파트에 널린 빨래나 웃통을 벗은 채 길을 건너는 아저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홍콩 동부 샤우께이완(筲箕灣)에서 센트럴까지 약 2시간 트램을 타며, 점점 변하는 풍경을 보니 마치 1990년대에서 2015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MAMA 출장 당시 안내를 맡았던 유태영 가이드의 말을 빌려 ‘쇼핑 국가’ 홍콩 이면에 숨겨진 생활상을 전할까 한다.

홍콩 일반 서민 아파트는 매우 좁다. 아무리 커도 20평대를 넘기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좁은 땅 때문이다. 230여개 섬으로 구성된 홍콩은 7개 섬에만 거주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20% 수준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의 약 2배, 제주도의 3분의 2 정도다. 여기에 700여만명이 사니 건물은 하늘 높이 솟을 수밖에 없다.

홍콩에는 일조권이 없다. 옆 건물 때문에 내 집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홍콩을 돌아다니면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샤우께이완(筲箕灣)의 한 아파트. 아무리 봐도 베란다가 없다. 창 밖은 그냥 밖이다.

다 똑같아 보이는 것은…기분 탓인가?


창 밖에 널린 빨래도 눈에 띈다. 이는 베란다가 없기 때문이다. 좁은 땅에 베란다가 포함된 아파트는 사치다. 베란다를 만드느니 그 공간을 방으로 만드는 게 훨씬 낫다고 홍콩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베란다 있는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잘나가는 부자로 대우받는다.

집이 좁으니 사람들은 밖으로 나간다. 자연스럽게 외식 문화가 발달한다. 외식 문화가 발달하니 음식 종류도 많다. 게다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온 덕분에 밤거리 문화도 융성했다. 덕분에 홍콩에 머무는 동안 눈과 입이 즐거웠다. 사실 입이 더 즐겁다.

유씨에 따르면 과거 홍콩의 기온이 영상 5℃ 정도까지 떨어진 적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그렇게 추운 것은 아니지만, 눈이 오지 않는 홍콩에서 이는 강추위나 다름없다. 당시 저체온증으로 약 4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 근처를 걸으니 택시 한 대가 지나간다.


홍콩 택시는 대부분 일본 도요타 차량이었다. 여기저기 일본이나 독일에서 온 차를 쉽게 볼 수 있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눈에 띈다. 그래서 ‘내가 외제차 끌고 다닌다’ 으스대도 홍콩 사람들은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서울대에서 ‘고등학교 전교 1등’ 했던 경험 자랑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들에게 부의 상징은 차량 번호판이다. 번호판을 얼마나 비싸게 사느냐가 그들 사이에서 돈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라고 유씨는 말했다.

홍콩과 맞닿은 중국 광둥(廣東) 성에서 지난 2006년 번호판 경매가 열렸는데, 당시 숫자 ‘8’이 4개 들어간 번호판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숫자 8을 발음하는 중국어 ‘바(八)’가 많은 재물을 벌어들인다는 뜻인 ‘파차이(發財)’의 ‘파’와 발음이 비슷해서다. 8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홍콩달러는 ‘페그제(peg·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달러와 1대 7.8 비율이다. 유씨는 세계 경제 대국 미국과 함께 가기에 홍콩에서 투자하기 매우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미국달러와 함께 움직이기에 홍콩달러 가치가 올라갈 경우 현지 쇼핑업계의 부담도 가중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 하반기 동안 홍콩 ‘명품쇼핑의 메카’로 알려진 센트럴 쇼핑지구에서 명품매장 여러개가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노리는 중국 명품업체들이다.

* 내일(13일) '음식·쇼핑의 천국' 홍콩? 그게 다가 아니에요 ② 가 이어집니다 *

홍콩=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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