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재판들의 변론은 30분씩 연기됐다. 검찰이 1심 무죄선고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여론전을 펼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 심리로 23일 진행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9) 전 행정관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은 “조 전 비서관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씨에게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고 행동을 조심하라’는 취지의 문서를 여러 장 건넨 건 정당한 직무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은 문서를 건넨 걸 무죄라고 판단했지만, 조 전 비서관 등은 이를 상부 보고나 허락 없이 했다”면서 “박지만 EG 회장에게 주의를 줘야 한다고 해서 곧바로 문서를 전달한 건 직무상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처신을 바로하거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게 조 전 비서관 등이 주의를 한 것은 정당한 업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 업무는 원래 직제상에는 없었지만 조 전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조 전 비서관은 1심에서 “(박 회장에 대한 경고행위는 상부 보고 없이 한 것이 아니라)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 등 상관들도 알고 있었던 일”이라고 증언했다.
박 전 행정관 측 변호인은 “(검찰은 정윤회 국정개입 문서가 공무상 비밀이라 주장하지만) 공무상 비밀은 그 내용이 적법한 것이어야 한다”면서 “비선이 국사에 개입한다는 걸 (국민에게) 숨겨야 할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세계일보가 청와대의 ‘정윤회 국정개입’ 문서를 보도하자 비선실세 의혹은 제쳐 두고 되레 조 전 비서관 등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전까지 대통령 친인척 관리업무를 맡고 있던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 주변에 불순한 인물들이 접근할 경우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 홍경식 민정수석의 결재를 받아 경고문을 작성해 박 회장에게 전했는데, 검찰은 이를 ‘제2의 문서유출’로 규정하고 이들을 기소한 것이다. 1심은 올해 10월 조 전 비서관 등의 문서 유출 혐의와 관련해 “정당한 직무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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