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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칼럼] 또다시 온 겨울, 그 긍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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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2-27 21:09:00 수정 : 2015-12-27 21: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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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은 사고의 여백 가져다 줘
외로운 계절일수록 온정도 높아져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는가 돌이켜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어쩌면 평소보다 더 외로웠던 것도 같다. 실제로 이런 연휴기간에 더 많은 정서적 고립감을 느끼고 쓸쓸해하는 사람이 많다. 어느 계절에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가을이 44%, 겨울이 40%였다. 여름과 봄은 7%, 6%였다. 사람들은 가을, 겨울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 시기에는 기온이 낮아지고 햇볕이 감소하고 일조시간도 적어진다. 외로움은 수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야기하기도 하고,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에도 영향을 끼친다. 외로움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레벨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특히 이맘때는 한 해가 간다는 것 때문에 오는 연말증후군이 있다. 12월이 되어서 감정의 기복이 커지고 스트레스가 잦아지는 증상을 말한다. ‘연초에 계획했던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새해에는 무언가를 잘해야겠다는 중압감’과 ‘많은 사람과 있어도 괜히 외롭고 쓸쓸’한 것도 이유가 된다.

이렇게 겨울의 추운 날씨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게 된다. 매서운 바람에 웅크리게 되고 덜덜 떠는 것 같은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추운 날씨는 우리의 사고와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한 연구에서 미국 48개 주의 평균 기온과 지능의 관계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메인, 몬태나, 미네소타와 같은 기온이 더 낮은 주일수록 지능이 더 높았다. 이외에도 120개 이상의 나라의 기후와 지능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낮은 기온을 가진 추운 나라일수록 더 높은 IQ를 가진 경향이 있었다.

왜 그럴까. 동물은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들의 지능을 발달시키게 된다. 오래전 인류의 조상도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에서 북극지방과 북극으로 이주해가면서 새롭게 맞닥뜨린 추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열대지방인 아프리카에서는 동물을 사냥하기보다는 식량을 대부분 식물에서 얻는다. 예를 들어 뉴기니 섬의 가디오족은 소모하는 칼로리의 96%를 식물로 충족하고 나머지 4%만 고기로 충족시킨다. 이들은 추운 지방에 거주했던 조상보다 지능이 높지 않다. 반면, 유라시아에서는 계절에 따라 식물은 풍족하지 못하기에 식량을 위해 사냥에 의존해야 했다. 또한, 열대지방과 달리 숲이 많지 않기에 사냥을 할 때에도 자신의 몸을 숨기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몸을 숨기는 방법을 고안하거나 사냥에 필요한 무기를 만들어야 했고, 그러한 궁리를 거듭하다 보니 점차적으로 지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열대지방과 다르게 추운 지방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불을 피워야 했다. 추운 지방에서 불을 피우지 못해 죽은 사람도 많았지만, 불 피우기에 성공한 사람은 열대지방 사람보다 평균 지능이 더 높았다.

또한 신체적 추위를 경험하는 사람은 심리적 따뜻함을 갈구하게 된다. 다른 사람 간의 관계와 따뜻한 차, 따뜻한 영화를 선호하게 된다. 그래서 겨울에는 스릴러보다 로맨스 영화가 더 성공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겨울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온기를 더해준다. 지금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자. 주변을 돌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가족과 친구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를 하려고 좀 더 노력해보자. 아니면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자. 고아원, 양로원 등 우리의 온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많은 사람이 있다. 한 해가 간다고 허망하다고만 말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외로워만 하지 말고, 이 겨울의 혜택을 누려보면 어떨까. 찬바람이 가져다주는 사고의 여백도, 다른 이와 나누는 따뜻한 관계도 이 계절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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