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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십만년 그리움 쌓여… 돌기둥 되었네

입력 : 2016-01-14 18:21:35 수정 : 2016-01-14 18: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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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으로 떠나는 ‘지질여행’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겨울놀이도 즐기고 생생한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는 경기도 연천 여행길은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에게 제격이다. 최근 연천지역의 한탄·임진강 일원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아 더욱 뜻 깊은 겨울여행지가 되고 있다.

이 지역은 국내외 유일한 용암 협곡 등 뛰어난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류하는 부근에 내륙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가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높이 40m, 길이 1.5㎞의 수직 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258만~1만 년 전에 해당하는 신생대 홍적세 중기 무렵 철원 북쪽에서 분출한 용암은 철원-연천 일대에 넓은 용암대지를 형성했는데, 화산활동이 끝난 후 용암대지가 강의 침식을 받게 되면서 기하학적인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임진강 주상절리는 DMZ(비무장지대) 트레킹의 평화누리길 2코스(임진적벽길)가 지나는 구간으로 임진강변을 끼고 걷는 경관이 뛰어 나다.
경기도 연천 한탄강가에 있는 재인폭포는 평지가 움푹 내려앉아 큰 협곡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생긴 폭포다. 길이 100m, 너비 30m, 높이 18m에 이르는 이 폭포에는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겨울철에는 물이 많지 않아 폭포의 위용을 찾기 어렵지만 주변에 하얀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황토빛 주상절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천에서는 1월 한 달 동안 구석기 겨울여행이 펼쳐진다. 다양한 겨울놀이와 함께 야외에서 화덕에 바비큐를 구워먹는 선사시대 생활을 체험이 가능하다.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30만년 전 인류가 사용한 주먹도끼도 보고, ‘내가 선사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연천 전곡리유적은 1978년 고고학을 전공한 미군 병사 그레그 보언(Greg Bowen)이 4점의 석기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곳에서는 석기의 양면을 가공해 다듬어 찍고 자르는 기능을 모두 갖춘 아슐리안(Acheulean) 주먹도끼가 출토됐다. 이로 인해 구석기문화가 인도를 경계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나뉜다는 미국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이 뒤집히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이처럼 전곡리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는 세계 구석기 지도를 바꾼 것이다. 전곡리유적은 1979년부터 현재까지 20여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8000여점이 발견됐다.

연천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명물은 고대산 폐터널 ‘역고드름’이다. 연천 역고드름은 경원선 철길의 폐터널에 위치해 있다. 이 터널은 북한의 원산까지 연결된 경원선 철도였으나 1945년 철길이 끊어지면서 버려지게 됐다. 이곳이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철도중단점’ 중 하나다. 길이 100m, 폭 10m의 터널 바닥에 수백개가 솟아올라 있는 역고드름들은 크기가 다양하다. 매년 12월 중순부터 자라기 시작하는데 마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상어의 입 같은 모습이다. 

이와 함께 연천 여행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재인폭포다. 한탄강 지형이 빚은 절경이다. 연천을 굽이쳐 돌아가는 한탄강은 약 27만 년 전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지형으로 곳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을 지니고 있다. 재인폭포는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제주도 천지연폭포와 비견되곤 한다.

재인폭포에는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인근 마을에 금실 좋기로 소문난 광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줄을 타는 재인(才人)이었던 남편에게 마을 원님이 재인폭포에서 줄을 타라는 명을 내렸다. 광대의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원님의 계략이었다. 줄을 타던 남편은 원님이 줄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폭포 아래로 떨어져 숨을 거두었다. 원님의 수청을 들게 된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물어버리고 자결한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마을을 ‘코문리’라 부르게 됐고, 차츰 어휘가 변해 ‘고문리(古文里)’가 됐다.

임진강이 북동 방향에서 남서 방향으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미산 자락에 자리한 숭의전도 연천의 빼놓을 수 없는 명승지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명에 의해 왕건의 원찰(기도처)이었던 앙암사터에 지어지게 되었다. 숭의전 외삼문 앞에는 500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처연하게 숭의전을 굽어보고 있다.

연천=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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