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창현칼럼] 정부 산하기관장 인사, 이래도 되나

관련이슈 조창현 칼럼

입력 : 2016-01-17 21:40:23 수정 : 2016-01-17 21:42: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중요 정책 실패 아무도 책임 안 져
정확한 공과 평가 원칙 적용해야
지난해 8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장관이 최근 모 정부 산하기관의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의 일로 사전 면죄부를 받은 꼴이었다. 이후 발표된 감사 결과에서는 최고책임자는 빠진 채 실무자 등 16명만 징계대상에 올랐다.

원래 그는 연금 전문가였으니 그의 전공 업무로 돌아왔다는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보건당국은 단순한 유행성 감기 정도의 감염사건을 초동단계에서부터 잘못 대처함으로써 건국 이후 초유의 대형 감염사고로 확대시키는 잘못을 범했다. 메르스의 누적 격리자가 1만6752명까지 치솟았고, 186명의 확진환자 중 38명이 사망했으며, 정부가 파악한 손실보상금만도 1781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행정책임자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얼마 안 돼 국가의 막중한 업무에 복귀한 것이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전 중앙인사 위원회 위원장
비록 그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자신의 형사적 책임은 면했을지 모르나 국민의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특히 이 사태로 선진국 진입을 염원하는 우리나라의 품격이 크게 실추된 심히 부끄러운 후진국형 재난이었던 것이다.

선거 기여도에 따라 보직과 승진 여부가 결정되는 엽관(獵官)주의를 배격하는 우리 헌법은 정부산하 기관의 이사장은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임명(헌법 제78조)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그 기관의 설치법이 규정하는 바에 의해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격요건에는 과거 경력에 대한 성과평가가 필수이므로 결코 그가 이러한 자격요건을 충족시켰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장관에서 해임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어떻게 보면 장관자리보다 국민의 관심이 많고 훨씬 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로 복귀된 것은 장관 해임의 정당성을 붕괴해버린 자가당착적 인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공직자가 잘못해 자리에서 물러날 때는 그 사유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무언(無言)의 인사조치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사안은 법적으로는 파면이 아니더라도 그 책임의 중차대성으로 미뤄볼 때 ‘근신’이 요구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설령 이러한 규범이 제도화까지는 돼 있지 않더라도 관례와 전통에 따라 그 뜻이 존중돼야 하는 것이 민주국가 정무직 인사의 정신이다. 권위주의 시대였던 조선조에서조차도 잘못을 해 관직을 떠난 선비가 다시 등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여러 사례가 증명해 주고 있다. 문제는 장관이었던 그가 당시 사태에 대한 주무장관으로서의 책임을 얼마나 뼈저리게 반성했는가이다.

문제의 전 장관은 자신은 물론 앞으로 공직을 지원하는 많은 젊은이에게 공직이란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상당한 기간 동안 ‘자숙’을 하는 모습을 보여 줬어야 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버젓이 공직에 복직함으로써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 꼴이 돼 버렸다.

오늘날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매우 뛰어난 능력의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또한 그들의 헌신과 열정에도 그 결과가 늘 기대치 이하로 끝나버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그에 걸맞은 보상이 없는 무질서한 인사문화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어떠한 중차대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라도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의 매일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 부정부패, 실책, 낭비, 오류 등은 모두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바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풍조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전 중앙인사 위원회 위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