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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의법률산책] 경계침범 건축의 법률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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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19 19:47:00 수정 : 2016-01-19 1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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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지인이 서울 주택가 도로변에 있는 대지 60평의 단독주택을 주변시세대로 평당 2000만원에 내놨다. 매수 희망자의 요청에 따라 측량을 하니 놀랍게도 6평이나 모자랐다. 뒷집이 4평쯤, 도로가 2평쯤 침범했다는 것이다. 25년 전 60평으로 알고 매수했던 지인은 1억원 이상을 받지 못하게 되니 마음이 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토지의 경계는 오류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지적도를 기준으로 한다. 경계침범은 지적도상의 경계와 현실의 경계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지적도상의 경계와 현실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무척 많다. 과거에는 측량기술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강변의 땅이 강 속에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법에 따르면 토지소유권은 지표면뿐만 아니라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 이에 이웃의 지상건물이나 지하시설물이 경계를 침범한 때 토지소유자는 침범한 건물이나 시설물 부분의 철거와 그동안의 점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그런데 지인은 그럴 수 없었다. 이웃 건물의 건축과 도로 개설이 오래돼 취득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20년 이상 타인의 부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자는 소유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있다. 남의 땅을 20년 이상 점유한 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경우 땅 주인이 이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없었다거나 그 점유가 평온·공연한 점유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지인의 땅은 1960년대 말 국민주택 택지로 조성된 이래 땅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고 관련 기록도 부실해 침범된 토지부분과 관련하여 이를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계침범 건축 후 취득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일반적인 경우에는 건물철거청구를 인정하기만 하면 별 문제 없을까. 그렇지 않다. 경계침범 건축이 측량 잘못 등 과실로 이뤄지는 경우라면 철거로 인한 심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이웃 토지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웃 토지를 약간 침범한 고층빌딩의 경우가 그렇다. 토지소유자가 건물소유자에게 철거청구로 위협하면서 고액의 토지점용료 지급이나 고가의 토지매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법에는 경계침범 건축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서, 법원은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원칙은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의 도가 지나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나 적용될 뿐이다.

따라서 법률선진국처럼 이웃토지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특별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는 독일 민법을 참조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경계침범 건축이 고의나 과실 없이 이뤄진 경우 침범당한 토지소유자가 이를 알고 3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건물이 완성된 후 10년이 경과한 때에는 이를 인용(認容)하도록 하고, 이 경우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게 침범된 토지부분에 대해 지료 상당의 보상이나 그 매수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참고한 독일민법에 비해 토지소유자의 인용의무 성립요건이 너무 까다롭기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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