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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복소복… 번뇌 위에도 흰 눈 내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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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22 10:00:00 수정 : 2016-01-21 21: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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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 백미’ 경남 합천의 볼거리
설국으로 변한 가야산 해인사 산길을 오르며 마주치는 빼어난 경치는 겨울 산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날씨가 겨울다워졌다. 그렇다고 따뜻한 곳만 찾아다니면 겨울의 참맛을 느끼긴 힘들다. 설국으로 변신한 합천의 가야산, 황매산 등은 겨울 산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다. 캠핑은 ‘겨울이 제 맛’이라고 외치는 캠핑족들을 위한 장소로도 제격이다.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몽환적 물안개의 정양늪도 합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매화산에서 바라본 해인 설경.

◆한국 삼보사찰 중 하나인 해인사

불교에는 삼보(三寶)라는 게 있다. 불(佛)·법(法)·승(僧)이 그것이다. 스스로 부처라는 완전한 인격을 성취하고, 법이라는 부처가 갖춘 보편적 진리를 체현하고, 개인이 아닌 수행자 집단으로서의 승가 정신을 구현하라는 것이다. 삼보는 불교의 핵심이자 정점이며 그 바탕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근본인 삼보를 상징하는 사찰 중 해인사(海印寺)는 법보 사찰이다. 불보 사찰은 통도사, 승보 사찰은 송광사다.
해인사 소리길(농산정)

석가모니 가르침의 총화라 할 수 있는 팔만대장경이 봉안돼 있는 해인사는 어리석음의 바람과 번뇌의 물결이 잦아들면 참지혜의 바다(海)에서는 도장을 찍듯(印) 모든 것이 본래의 참모습을 나타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해인사를 찾을 때는 해인사 소리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홍류동 매표소에 차를 세운 뒤 수백년 된 송림 숲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자연의 품속으로 젖어드는 듯하다. 홍류동 계곡을 지나 성철 스님 사리탑을 거쳐 해인사로 들어서면 소복소복 눈이 내려앉은 해인사 마당과 맑은 풍경소리가 반겨준다. 번뇌의 마음을 씻고 깊은 사색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황매산.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 이야기의 배경 황매산

황매산의 겨울은 스산하다. 산 능선을 타고 끝없이 이어진 억새 물결이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은 겨울의 운치를 더한다. 여기에 붉은 저녁노을이 비치면 억새밭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이런 황매산 능선이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이야기를 찍은 영화 ‘도리화가’ 출연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모양이다. 출연자들이 촬영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합천의 황매산과 황계계곡을 꼽았으니 말이다.  황매산은 영화 ‘도리화가’에서 배우 수지가 연기한 여류 명창 ‘진채선’이 처음으로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촬영 당시 깊은 가을 바람과 햇빛의 방향에 따라 은빛으로 흔들리는 억새밭이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한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광활한 억새 물결 너머로 눈길을 두고 소리를 만들어내는 이 장면은 가히 영화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산 219-11.

‘도리화가’의 또 다른 배경인 황계폭포에서는 조선 최초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 일행이 아름답고 힘센 폭포를 뚫을 정도의 강한 소리를 연습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황계폭포는 너비 6m, 높이 약 20m로 3단 낙차로 떨어지는데, 수량이 많을 때는 2단 낙차로도 보인다. 사계절 내내 수량이 풍부해 멀리서도 폭포수 소리를 우렁차게 들을 수 있다.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의 소리에 맞서 판소리 연습을 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합천군 용주면 황계리 산 90.
황매산 설경.

◆낭만의 ‘끝판 왕’… 산 정상 겨울캠핑

따뜻한 구들장이 생각나는 한겨울에 캠핑은 쉽사리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캠핑의 꽃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 제격이라며 겨울캠핑 매력에 푹 꽂힌 마니아들도 꽤 있다. 더구나 별이 보석처럼 쏟아져 내릴 듯한 산 정상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한겨울 눈밭과 별밭을 한 번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황매산 오토캠핑장은 정상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해 캠핑장에 여장을 풀어놓기가 매우 편하다. 산 정상 부근이다 보니 탁 트인 시야로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그대로 담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따뜻한 모닥불 주위로 좋은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밤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야말로 낭만의 ‘끝판 왕’일 듯싶다. 한겨울(12∼2월)에는 산 정상에 있는 1캠핑장은 폐쇄하고 매표소 옆 2캠핑장만 운영한다. 사이트 예약은 전화(055-932-5880)로 해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더구나 겨울여행은 추운 날씨 탓에 체력 소모가 크다. 든든하면서도 속이 따뜻해지는 음식을 찾게 마련인데 합천에도 한우구이, 한정식, 돼지국밥 등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그중에서 쪽갈비찜을 소개한다. 부드러운 쪽갈비가 합천 군내 식객들에게는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황강(겨울).

◆스멀스멀 물안개의 정양늪… 찍으면 화보

정양늪은 1만년 전 해수면이 상승하고 낙동강 본류가 퇴적하면서 황강 지류인 아천천 배후습지로 생겨난 곳이다. 합천 주민들에게는 정양늪이 오래되고 친숙하다. 늪을 빙 둘러서 총 3.2㎞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서다. 산책로는 늪지 위로 나 있는 나무데크길, 강 옆에 위치한 보도블록길, 늪지 가장자리로 난 흙길인 늪생명길 등으로 다양해 전혀 지루한 줄 모른다. 30여종의 어류와 20여종의 곤충, 40여종의 조류, 10여종의 포유류 등이 있지만 겨울의 늪은 고요하다. 적막한 겨울이지만 간간이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나 물수제비를 만들며 노는 오리떼도 만날 수 있다. 붉은 노을 속으로 떼지어 날아오르는 철새 무리는 일대 장관이다. 합천군 대양면 대야로 730.

◆영화 촬영 필수코스 영상테마파크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 도리화가의 주요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는 합천 영상테마파크는 2004년 4월에 정식 개장해 약 200편의 드라마, 영화, CF, 다큐멘터리 등을 촬영한 곳이다.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특화된 시대물 오픈세트장을 보유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총 117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형 홈런을 날리면서 합천 영상테마파크는 순식간에 유명세를 탔다. 이후 각시탈, 빛과 그림자, 경성스캔들을 비롯해 변호인, 친구2 등 내로라하는 영화, 드라마들은 거의 필수코스처럼 합천을 거쳐갔다.
테마파크 설경.

전국에 많은 영화세트장이 있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 연간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세트장은 합천 영상테마파크, 순천드라마촬영장 등 손에 꼽힌다. 합천 영상테마파크는 현재 청와대 세트장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실제 청와대 규모를 68% 크기로 축소한 것으로 일회성이 아닌 영구적인 세트장으로 조성 중이다. 
내부 목재 창문과 창살 문양까지 똑같이 재현하고 있다. 2층 대통령 집무실은 각종 드라마·영화 촬영공간으로 활용하고, 1층 세종실은 회의실 및 다목적시설로 이용할 계획이다. 그 외 공간은 방문객 편의시설과 체험전시시설로 꾸며질 예정이다.

합천=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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