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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백마 탄 초인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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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25 19:39:02 수정 : 2016-01-25 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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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되풀이되는 인물경연대회는 한여름 밤의 꿈
정치권 저 깊은 곳에서 지각변동 일으키는 강력한 지진활동 시작돼
굳은 용암 위에서 새정치의 싹 돋게 해야
4·13 총선이 코앞인데 정당의 인물경쟁이 예전만 못하다. 외부인사 영입 발표가 계속되고 있어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다. 종전 잣대로 과거 선거 때와 비교하면 ‘외부 수혈’의 양과 질이 확실히 떨어진다. 최대 이벤트라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입당 카드도 국보위 참여 전력, 뇌물수수 전과 등으로 빛이 바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름다운 꽃을 꺾어다가 꽃꽂이에 꽂으면 당장은 보기 좋을지 모르겠지만…”하며 그 의미를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선거철만 되면 북적대던 여의도 ‘인간시장’이 썰렁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요 원인은 정치권 기피 현상이라고 본다. 각 분야에서 성취를 일군 강호의 인재들이 정계에 뛰어들곤 했다. 그들은 정치를 발전시키는 자양분이 되고 원동력이 됐다. 지금은 다르다. 대부분은 유권자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포장지 역할에 그친다. 진작 끝냈어야 할 패권정치 구태정치를 연명시키는 신기술로 둔갑하기도 하고 첨단장치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들의 이상과 비전은 정치권의 블랙홀로 흡수되고 만다. ‘백마 타고 온 초인’이 아니라면 결국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고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으려면 수십년 기득권 체제와 맞서 싸우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무장한 채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김기홍 논설실장
15∼19대 총선의 초선 당선자 평균 비율은 48.6%였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국회의원 얼굴의 절반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선거 시즌에 몰아치는 변화와 개혁의 바람에 응답한다고 한 물갈이의 결과다. 그러나 얼굴이 달라졌어도 정치의 모습은 우리가 오늘 보고 있는 그대로다. 물은 갈지 않고 고기만 간 탓이다. 우리는 이제 한여름 밤의 꿈을 만들어내듯 선거철에만 벌어지는 인물경연대회에 대해서 환상을 깰 때가 됐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리스트에서도 ‘대통령’ ‘정치인’은 빠져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한편으론 비극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표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흔히들 인물과 정책을 말하지만 이제부터는 인물을 보고 선택하라고 말하면 안 된다. 우리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이고 정책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게 하고 제도를 바꾸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역이나 여야에 대한 맹목적인 호불호 감정만으로 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 유권자는 지금보다 더 현실적이고 계산적이어야 한다. 국회의원 세비, 정당 국고보조금에 쏟아붓는 엄청난 혈세 생각도 해야 한다.

19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고 부른다. 국회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지경이 됐다는 뜻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정치 수요자인 국민 입장에서 작금의 정치를 신줏단지같이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캐나다의 40대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변화’를 외치며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스페인 두 신생 정당의 30대 당수들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30년 양당 체제를 끝냈다. 그들은 그 나라 국민이 용기와 신념, 의지로 만들어낸 영웅이고 미래 청사진이다. 앞날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주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를 갖게 된 캐나다 스페인 국민이 부러운가?

한국 정치는 활화산이다. 휴지기를 끝내고 분출기로 접어들었다. 정치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증거다. 정치권 저 깊은 곳에서 정치판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지진 활동이 시작됐다. 야권의 분열과 합종연횡, 여권의 친박·비박의 충돌과 친박·진박의 분화, 정치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과 분노가 그 징표다. 뜨거운 용암과 화산재가 힘차게 솟구쳐 구정치를 덮어버리고 굳은 용암과 화산재 위에서 새정치의 싹이 돋게 해야 한다.

이정표 없는 낯선 길을 가는 막연함 같은 불확실성으론 그런 장관(壯觀)을 맞을 수 없다. 주권자의 힘으로 유권자가 이기는 선택을 해야 가능하다. 불안하고 두렵더라도 충분히 모험을 걸어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는 국민적 확신이 필요하다.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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