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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성민 “나는 배우이자 아빠입니다”

입력 : 2016-01-31 13:12:00 수정 : 2016-01-31 14: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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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리' 주연… 따뜻한 감동 휴먼 스토리


배우나 가수 등의 직업에 따라붙는 ‘스타’라는 표현에 대해 곱씹어 보자면, 태생부터 잘생기고 예쁜 외모를 지녔다고 해서 모두가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오랜 시간 노력해온 결과 대중의 눈에 자주 띄어 친숙해진 나머지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스타들도 많다.

배우 이성민(48)은 아마 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스타는 아니었지만, 드라마와 영화, 무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의 마음을 서서히 파고들었다.

그의 주가가 한층 오른 것도 최근 몇 년 새 이야기다. 재작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에서 직장인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어루만지는 ‘오 차장’을 연기해 더 이상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게 됐다.

지난 28일 개봉한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는 이성민이 첫 원톱 주연으로 나선 작품. 그는 실종된 딸을 찾아 10년째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는 아버지 ‘해관’으로 분해 연초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인터뷰에 나서기 전, 대중이 이성민이란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지 궁금했다. 우리 아빠나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외모에서 오는 안정감, 시시때때로 던지는 촌철살인의 대사, 그리고 선해 보이는 외모 이면에 숨겨진 차가운 카리스마 등 복합적인 요소들 외에도 관객들의 공감을 절로 유발하는 눈빛이 떠올랐다. 30여년 세월을 배우로 살아오며 켜켜이 쌓아올린 내공이 바로 그 눈빛 하나에 집약돼 있는 듯했다.



‘로봇, 소리’는 미국 나사(NASA)가 개발한 통신 도청위성의 로봇 ‘소리’(심은경 목소리)가 우리나라 바다에 추락하게 되고, 해관(이성민)이 딸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소리’와 함께 딸을 찾을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동행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로봇이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와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빤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로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이다.

“허허. 이젠 소리가 많이 의지가 돼요. 정이 많이 들었죠. 주인공은 소리인데 인터뷰는 제가 하네요. 로봇이 출연한다고 해서 어떨까하는 설렘으로 시작한 작품이에요. 제 인물 표현의 중요한 코드가 부성애인데, 예전에 했던 ‘방황하는 칼날’이란 작품 생각이 났어요. 그때 (정)재영이가 하던 아빠 연기를 이젠 내가 하게 됐구나 했죠.”

실제 이성민은 배우이기 전에 아버지다. 잃어버린 딸을 찾아 헤매는 해관을 연기하며 집에 있는 딸 생각을 안했을 리 없다. ‘로봇, 소리’는 딸을 찾아가는 추적스릴러도 아니고 로봇과 어떤 일을 해내는 SF영화도 아니다. 시나리오를 매우 서정적으로 읽었다는 그는 “이 영화는 집에서 가부장적이었던 중년남성의 자아성찰기이기도 하다. 저 역시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뉘우치고 깨달았다”고 했다.

“우리 딸이요? 지금 중학생인데, 아휴~ 엑소(EXO)에 미쳐요. 시사회 한다고 하면 누구누구 오냐고 묻는데 아빠는 뒷전이죠. 요즘에도 학원에 데려다 줄 때면 둘이 차 안에서 엑소 노래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불러요. 아마 엄만 모를 걸요?(웃음) 그런데요. 딸아이가 가장 무서운 관객이에요. 제 연기가 어땠는지 정확하게 짚어주거든. 긴장도 되고, 든든하지. 아빠가 배우란 걸 꽤 일찍 알았어요.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아빠가 머리에 총 맞는 장면을 보더니 크게 놀라더라고. 아마 그 때부터 ‘아빠는 이런 일을 하고,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이 먹고 산다’는 교육을 시킨 것 같아요. 이제는 현실 속 아빠와 작품 속 아빠를 정확히 구분해내죠.”



잠깐의 딸 이야기에도 그의 눈빛에는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 ‘딸바보’란 수식어는 그에게 붙여줘야 할 것 같았다. 이성민은 개인적으로 ‘로봇, 소리’와 같은 휴먼드라마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가족들을 생각해 ‘착한 영화’, ‘착한 배역’만 고집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배우는 배우일 뿐이라는 거다.

올해 스크린에서 바쁜 행보를 예고한 그는 오는 2월3일 개봉하는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에도 출연했다. ‘로봇, 소리’에서와는 180도 다른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휴머니즘에 끌린다는 걸 느껴요. 그렇다고 그 기준이 ‘우리 애가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일단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고민하는 거죠. 또한 ‘이 작품이 왜 하필 내게 왔지?’ 생각해봐요. 다른 사람이 하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스스로의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포기하죠. 함께 작업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봐야 하고요. 확실히 작품 선택은 한 가지 이유로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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