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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小窓多明] 설날 다시 보는 명협과 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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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1 21:24:18 수정 : 2016-02-02 1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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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줄기에 붙은 6개 깎지
달력 상징하는 명협과 관련설
백제가 일본에 준 하사품 유력
주변국과 우애롭던 그때처럼
공존·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야
1년 중에 첫 번째 계절이요 그 첫 번째 계절인 봄 가운데 첫째 달이요 그 첫째 달인 정월 중에서도 첫째 날은 무엇일까. 정월 초하루, 곧 우리말로 하면 설이다. 이처럼 세 가지의 첫 번째인 경사스런 날이기에 설은 삼원(三元)의 명절이라고 했다.

음력을 사용하던 옛날 나라를 대표하는 임금의 궁궐에서는 한 해의 첫 번째 경사인 새해(설)를 맞는 기쁨을 시를 지어 나눴단다. 그것을 영상시(迎祥詩)라고 하는데, 계묘년(1483년)을 맞아 당시의 임금인 성종이 사림파를 이끌고 있던 김종직(金宗直, 1431 ~ 1492)에게 영상시를 쓰도록 하니, 김종직은 “대궐이 삼원절을 맞으니(闔三元節)/ 군왕의 치세가 억만년이로고(君王億萬年)/ 한나라 궁전의 초화꽃이요(椒花明漢殿)/ 요 임금 때 핀 명협이로다(蓂莢媚堯天)”라고 지어 올렸다. 초화(椒花)는 산초꽃으로 매화보다도 일찍 피므로 새해를 상징하는 꽃인데 진(晉)나라 유진(劉臻)의 아내 진씨(陳氏)가 정월 초하루에 ‘초화송’을 지어 올린 적이 있다. 명협은 중국의 요 임금 때 섬돌에 피어오른 풀인데 달력풀이라는 별칭이 있다. 

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전설에 따르면 요 임금의 극진한 덕치로 온 세상이 평온해지고 나라가 잘 다스려지자 여러 가지 상스러운 징조들이 임금이 사는 궁전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명협이란 풀도 그중 하나다. 명협은 매달 초하루부터 깎지(잎)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해서 보름날까지 열다섯 개에 이르렀다가 다시 열엿새부터는 하나씩 떨어져 월말이 되면 모두 떨어져버린다. 그러므로 이 풀의 깎지 수를 보고 날짜를 알 수 있기에 달력 구실을 했고, 그런 까닭에 풀을 역초(曆草) 곧 달력풀이라고도 부른 것이다.

그런데 우리 고대사의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에 칠지도라는 칼이 있다. 일본 나라현 덴리(天理)시 이소노카미(石上)신궁에 소장된 백제 시대의 칼로서 일곱 개 가지가 달린 칼이다. 일곱 개의 가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큰 칼 하나에 6개 가지가 붙은 칼이다. 이 칠지도를 명협이라는 풀로 설명한 학설이 최근에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인들이 이 명협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 가운데 중국 산동성 가상현(嘉祥縣) 무씨사당(武氏祠堂) 석실(石室)에 있는 화상석(畵像石)에 나오는 명협의 그림이 칠지도 형태와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다. 명협은 15개의 깎지가 달린 것과 3개나 6개가 달린 것이 있는데, 여기서 관심은 6개가 달린 이른바 육협이다. 육협은 6개의 깎지가 서로 엇갈려 가면서 달려있는 모양이이서, 이 6개의 깎지를 일렬로 고정하기 위해 가운데 줄기를 세우면 칠지도의 모양과 같게 된다.

칠지도가 중요한 것은 거기에 새겨진 명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 명문은 숱한 논란 속에 대체적으로 “단단한 강철로 칼을 만들어 보내니 이 칼로 온갖 적병을 물리치고 후세에도 전해주어라”라는 뜻으로 크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 측에서는 일본서기 진구황후조에 나오는 기록을 이유로 백제가 일본에 상납했다고 하고, 우리 측에서는 백제가 제후국인 일본 왕에게 하사했다고 주장해 서로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백제 왕실에서 만들어 보낸 것이고 상납이라면 굳이 하나의 줄기에 6개 깎지가 나오는 이런 형태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면에서 백제가 일본에 하사한 칼이란 우리 측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명협관련설(조경철씨 주장)은 논란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명협이 6개의 깎지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가운데 줄기가 했다면 칠지도도 육지(六枝)를 지탱하기 위해 가운데에 한 개의 줄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육지이면서 칠지도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깎지 한 개당 한 달을 표현한다고 가정하면 6개 깎지의 명협은 1년을 나타낸다고 유추할 수 있다. 곧 달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고대에 있어서 달력은 중국의 경우 황제가 새해 달력을 만들어 제후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우리나라도 중국 황제로부터 미리 받은 달력을 새해에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러므로 백제가 일본에 선물로 보내준 칼이 이 같은 달력의 형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백제가 일본에 하사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곧 일본은 당시에 백제의 제후국이었다는 뜻이 된다. 더구나 이 칼에는 “태□(泰□)4년”이란 연호가 있다. 이 연호가 백제의 것인지 중국의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당시 연호라는 것은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연호가 우리가 모르는 백제의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백제가 굳이 명협이라는 달력풀 형상으로 칼을 만들고 거기에 연호를 새긴 것은 백제가 달력을 통해 여러 번국 혹은 제후국과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백제에게 갈라져 나온 가지임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달력을 상징하는 칼을 만들어 보낸 것이란 설명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새삼 칼을 주었느니 바쳤느니를 정초부터 따지기보다는 주변국과 같이 새해를 축하하고 공존하자는 뜻이 그 안에 담겨있다고 새롭게 풀이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새해 들어 가장 가까운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과 그 너머의 베트남, 필리핀 등 모든 주변국과 협력하고 번영하자는 마음을 백제가 명협이라는 달력풀 형태로 1500여 년 전에 정성 들여 만든 칠지도에서 읽고 그 마음을 함께하면 어떨까?

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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