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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유커 잡아라" 설레는 명동

입력 : 2016-02-05 16:56:43 수정 : 2016-02-05 20: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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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제 연휴 대거 방한… 매장마다 대목 맞이 분주/ 먹거리는 노점상에 몰려… 주변 식당 “손님 없다” 한숨 설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외국인 여행객의 대한민국 관광·쇼핑 1번지인 서울 중구 명동은 점심 무렵부터 부쩍 활기가 돌았다. 각종 제품을 한가득 실은 트럭들이 명동의 중심 유네스코길에 들어 찼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관광객의 환한 웃음소리도 명동을 들썩이게 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춘절을 맞아 쇼핑에 나선 중국관광객과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자국의 춘제(春節·설) 연휴(7∼13일)를 맞아 대거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일대가 ‘대목 맞이’ 채비에 분주하다. 유커들에게 명동은 ‘쇼핑 천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춘제 연휴 기간 유커 15만명이 방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닷새 전 한국에 놀러 왔다는 중국인 자오(28·여)씨는 “쇼핑하기 좋고 중국어도 통해 매일같이 명동을 찾아 500달러쯤 쓴 것 같다”며 “지금 신고 있는 신발과 가방도 여기에서 샀다”고 자랑했다.

명동 거리마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각종 상점은 유커들을 사로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3층 한 의류매장의 부매니저 강모(28·여)씨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강, 핫핑크, 노랑색 아우터를 평소보다 20% 이상 비축했다”며 “중국어가 가능한 점원을 층마다 배치하려고 오늘부터 14일까지 임시 아르바이트생 2명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춘제 관광객을 겨냥해 할인·증정 행사 등 다양한 고객 유인 카드도 마련했다.

인근 화장품 가게 주인 손모(40)씨도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제품을 평소보다 20∼30% 정도 더 많이 들여왔다”며 들뜬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식당들의 기류는 달랐다. 명동이 먹거리 중심의 ‘노점상 천국’이 되는 바람에 춘제 특수를 거의 누릴 수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

노점이 본격 문을 여는 ‘평일 오후 4시, 주말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김이 빠진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오후 4시쯤 노점에서 산 음식을 사발에 담은 채 거리를 헤집고 다니는 유커가 눈에 많이 띄었다. 명동의 노점은 약 270곳. 유커 유입이 본격화한 2012년쯤부터 먹거리 노점 비율이 급증해 현재 160곳 정도가 먹거리를 파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55)씨는 “노점에서 불고기, 삼겹살, 스테이크까지 판다. 이러니 누가 식당을 찾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북적이는 인천공항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이틀 앞둔 5일 인천공항 입국장에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날 춘제 특수를 위해 관광마스코트인 초롱이와 색동이가 이들을 맞는 환영행사를 열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찜닭집의 박모(51) 점장도 “명동의 수많은 음식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춘제라고 특별히 재료를 더 비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명동의 400여개 음식점들은 노점상을 향해 “세금도 안 내고 단속도 안 받는 사람들”이라며 눈을 흘겼다.

서울 중구 관계자는 “실제 영업을 하는 노점이 하루 197곳이 넘지 않도록 노점 총량제를 실시 중”이라며 “노점에서는 조리 음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점 양성화 관련 설명회에서는 “구청장은 탄핵 감”이라는 상인들의 거친 반응이 쏟아졌다. 대목을 앞둔 이날 일부 상인들에게선 전운마저 감지됐다.

유태영·이동수·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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