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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지옥 봤다"…호주 역외수용 어린이 참상 폭로

입력 : 2016-02-05 20:23:36 수정 : 2016-02-05 20: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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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들이 한 소년의 몸 위로 올라간 뒤 얼굴 쪽으로 다가간다." "한 어린 소녀는 도둑들을 그냥 쳐다보고, 또 다른 소녀는 아빠와 엄마가 우는 것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호주의 역외 망명 희망자 수용시설에 갇혀 지낸 어린이들의 고통과 상처가 호주인권위원회에 의해 낱낱이 공개됐다. 이들 어린이는 인근 나우루공화국의 수용시설에 있다가 현재는 치료 등을 이유로 호주 내 수용시설에 있다.

이들 어린이의 성장과정은 그동안 공개된 의학연구 역사상 그 어떤 것보다도 열악했다는 것이 인권위원회 의료조사팀의 결론이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5일 보도했다.

16살 소년의 엄마는 "아이가 우울증에 걸려 피가 나도록 살을 긁어댄다"며 "딱 한 번 정신과 진료를 받을 기회를 통해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이후 의사는 만나지도 못했다. 그게 2개월 전의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호주 수용시설 생활도 어렵긴 하지만, 나우루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악몽 그 자체다.

수용자들은 기온이 55도나 되는 텐트 안에서 사생활도 없이 가족과 살아간다. 텐트 안에는 뱀이나 바퀴벌레, 게가 들어오기도 한다.

단 하나의 전자레인지를 400명이 함께 사용하기도 하고, 폭우 속에 식당이나 화장실까지 걸어야 하고 걷다 보면 땅바닥의 돌부리에 걸리기 일쑤다.

아이들의 그림은 나우루나 호주 내 수용시설에서 경험한 고통과 충격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7살의 한 소녀는 건물의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 얼굴의 여자 아이 모습을 그렸다. 소녀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나는 집에서 땅바닥으로 뛰어내렸고 죽었다. 엄마와 아빠는 울고 있다"라는 글을 달았다.

또 다른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는 "여기는 나우루다. 모든 사람이 슬프다. 우리는 텐트에서 사는데 선풍기는 고장 났고 날씨는 덥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한 망명 희망자는 "나우루는 지구 상의 지옥이다. 우리는 죽기 전에 지옥을 봤다"라고 말했다.

16살의 한 소년은 맬컴 턴불 호주 총리를 향해 "총리님은 우리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호주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기를 호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4일 시드니와 멜버른 등 호주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호주 내 수용시설에 머무는 어린이 등 약 270명의 망명 희망자를 나우루로 되돌려보내지 말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호주는 인근 나우루와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에 역외 수용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선박을 이용해 호주로 들어오려는 망명 희망자 대부분을 이 시설에 수용하고 있다. 이들 망명 희망자는 주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중국, 베트남 출신이며 현재는 2곳에 약 1천500명이 머물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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