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역외 망명 희망자 수용시설에 갇혀 지낸 어린이들의 고통과 상처가 호주인권위원회에 의해 낱낱이 공개됐다. 이들 어린이는 인근 나우루공화국의 수용시설에 있다가 현재는 치료 등을 이유로 호주 내 수용시설에 있다.
이들 어린이의 성장과정은 그동안 공개된 의학연구 역사상 그 어떤 것보다도 열악했다는 것이 인권위원회 의료조사팀의 결론이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5일 보도했다.
16살 소년의 엄마는 "아이가 우울증에 걸려 피가 나도록 살을 긁어댄다"며 "딱 한 번 정신과 진료를 받을 기회를 통해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이후 의사는 만나지도 못했다. 그게 2개월 전의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호주 수용시설 생활도 어렵긴 하지만, 나우루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악몽 그 자체다.
수용자들은 기온이 55도나 되는 텐트 안에서 사생활도 없이 가족과 살아간다. 텐트 안에는 뱀이나 바퀴벌레, 게가 들어오기도 한다.
단 하나의 전자레인지를 400명이 함께 사용하기도 하고, 폭우 속에 식당이나 화장실까지 걸어야 하고 걷다 보면 땅바닥의 돌부리에 걸리기 일쑤다.
아이들의 그림은 나우루나 호주 내 수용시설에서 경험한 고통과 충격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7살의 한 소녀는 건물의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 얼굴의 여자 아이 모습을 그렸다. 소녀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나는 집에서 땅바닥으로 뛰어내렸고 죽었다. 엄마와 아빠는 울고 있다"라는 글을 달았다.
또 다른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는 "여기는 나우루다. 모든 사람이 슬프다. 우리는 텐트에서 사는데 선풍기는 고장 났고 날씨는 덥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한 망명 희망자는 "나우루는 지구 상의 지옥이다. 우리는 죽기 전에 지옥을 봤다"라고 말했다.
16살의 한 소년은 맬컴 턴불 호주 총리를 향해 "총리님은 우리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호주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기를 호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4일 시드니와 멜버른 등 호주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호주 내 수용시설에 머무는 어린이 등 약 270명의 망명 희망자를 나우루로 되돌려보내지 말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호주는 인근 나우루와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에 역외 수용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선박을 이용해 호주로 들어오려는 망명 희망자 대부분을 이 시설에 수용하고 있다. 이들 망명 희망자는 주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중국, 베트남 출신이며 현재는 2곳에 약 1천500명이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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