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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오른손잡이 세상에서 '왼손잡이'가 작정하고 말하다

입력 : 2016-02-13 08:00:00 수정 : 2016-02-13 11: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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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 내 작은 모습을, 너는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니
너라도 날 보고 한 번쯤, 그냥 모른 척 해 줄 순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 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패닉의 ‘왼손잡이’ 일부)

어렸을 때 멋모르고 불렀던 패닉의 ‘왼손잡이’. 지금 보니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왼손잡이의 마음이 담긴 것 같네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오른손잡이 아니면 왼손잡이죠. 참, 양손 쓰시는 분들도 계시죠? 그렇다면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로 수정하겠습니다. 기사를 쓰는 저는 오른손잡이입니다.

혹시 기사를 보는 여러분 중에 왼손잡이가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번 인터뷰에서 약간의 공감대가 형성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뷰에 들어가지 않은 왼손잡이만의 고충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저도 궁금합니다.



“친구들과 밥 먹을 때 많이 불편해요. 저 빼고 오른손잡이라 잘못 앉으면 밥 먹는 내내 팔꿈치가 서로 부딪히거든요. 좁고 긴 책상에 다닥다닥 붙어 급식 먹던 학창시절에는 더 했죠.”

유승은(22·여)씨는 왼손잡이다. 밥 먹을 때도 왼손을 쓰고, 펜도 왼손으로 잡는다. 이 외에도 그가 왼손 쓰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유씨는 “노트를 90° 돌려놓고 쓰는 습관이 있다”며 “다들 어떻게 그렇게 쓰냐고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노트를 돌리지 않으면 몸이 돌아간다”는 그는 “자세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어깨가 자주 결리는 것 같다”고 웃었다.

 

유승은 씨는 “노트를 90° 돌려놓고 쓰는 습관이 있다”며 “다들 어떻게 그렇게 쓰냐고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노트를 돌리지 않으면 몸이 돌아간다”는 그는 “자세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어깨가 자주 결리는 것 같다”고 웃었다. / 사진=유승은 씨 제공


세상 대부분은 오른손잡이 위주다.

매일 손에 쥐는 마우스부터 지하철 개찰구까지 오른손잡이가 쓰기 편하게 만들어졌다. 키보드 화살표와 계산기 패드도 오른쪽에 있고, 카메라 셔터도 오른쪽에 있다. 오른손잡이가 아니면 세상은 적응하기 참 어려운 구조다.

“언제부터 세상이 오른손잡이 위주가 되었는지 정말 알고 싶어요. 아직도 저를 보는 사람들이 ‘어? 왼손잡이네?’ 이러거든요. 지금은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어렸을 때는 별난 아이 취급받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이게 다 오른손잡이를 우선으로 여기는 환경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유씨는 남몰래 오른손잡이가 되려 노력했다고 한다. 집안 어른들의 압박도 이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집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오른손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가위질, 칼질만큼은 지금도 오른손으로 하죠. 글쓰기와 젓가락질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고쳐지네요.”

 
영화배우 황정민은 작년 12월, JTBC ‘손석희의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왼손잡이”라며 “밥 먹는 장면이 나오면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다. 오른손으로 한 번 먹어볼까 했던 그는 결국 죄송하다고 제작진에게 사과까지 했다. /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정준하를 비롯해 영화배우 황정민, 박해진, 김수현 그리고 김혜수 등 연예인 중에도 왼손잡이가 많다. 유씨는 “왼손잡이는 우뇌가 발달해서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라며 “많은 연예인분들이 이를 증명해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유씨의 가족 중 왼손잡이는 자신과 사촌오빠 한 명뿐이다. 어른들의 구박도 심했다. 유씨 집안에 왼손잡이가 없는데 별나다는 소리도 들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가끔 명절에 모이면 ‘승은이가 왜 왼손잡이가 되었을까’ 우스갯소리 하는 정도다.

“왼손잡이로서 이것만큼은 꼭 바뀌었으면 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유씨는 ‘대학교 강의실 책상’을 지목했다.

“대학교 입학해서 강의실 들어갔을 때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책상과 의자가 오른쪽으로 붙은 대학교 특유의 책상 아시죠? 지금은 많이 바뀌기는 했는데, 아직도 그 책상으로만 가득한 강의실이 있어요. 쓰는 동안 너무 불편했어요.”

 

유승은 씨는 “왼손잡이 분들 중에는 양손을 같이 쓰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라며 “정말 멋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왼손잡이 여러분, 모두 본인을 특별한 존재라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사진=유승은 씨 제공


유씨는 에피소드 한 가지도 소개했다.

“시험 보던 중, 교수님께서 ‘자리를 뒤로 옮겨’라고 말씀하셨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니까 친구 답안지를 훔쳐보는 줄 아셨다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해요. 저는 몸을 오른쪽으로, 오른손잡이인 친구는 왼쪽으로 돌렸으니까요. 서로 마주 보며 시험보는 형태가 되었죠.”

유씨는 “왼손잡이 분들 중에는 양손을 같이 쓰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라며 “정말 멋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왼손잡이라 특별한 것 같아 좋아요”라고 덧붙였다. “전국의 왼손잡이 여러분, 모두 본인을 특별한 존재라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계일보 디지털뉴스부의 김경호 사진기자도 왼손잡이다.

김 기자는 어렸을 적 글 쓸 때 꽤나 불편했다고 했다. 왼손으로 연필을 쥐다 보니 그림자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다. 그는 “글이 잘 안 보일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기자라 그런지 카메라 셔터가 오른쪽에 있는 것도 지적했다. 오른손잡이야 셔터 누르는 게 편하지만, 왼손잡이인 김 기자에게는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다소 걸렸다. 군복무 당시 총 쏘는 것과 야구 글러브, 기타 치기 등도 오른손잡이 위주다 보니 온통 장애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 기자도 양손을 쓰게 됐다. 숟가락은 왼손에 쥐고, 글은 오른손으로 쓰는 식이다. 모두 어렸을 때 어른들의 강요로 그렇게 됐다는 게 김 기자의 말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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