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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리포트] 고학력 커리어 우먼들 꿈이 현모양처라고요?

입력 : 2016-02-11 21:35:21 수정 : 2016-02-11 21: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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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주부가 되면서 친구들이 청첩장을 전해주며 내게 했던 말 중 가장 우스꽝스럽게 들렸던 건 “내 꿈은 현모양처야”였다. 내 친구들의 꿈은 한결같이 시부모님 잘 모시고 내조에 힘쓰며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혼하면 가사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렇다면 비싼 대학 등록금까지 내가며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하고 사회로 나와 다니던 직장에 대한 로열티도 없이 그저 일만 하다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생각해도 되는지 궁금해졌다.

로열티가 없다고 얘기한 것은 결국 결혼을 잘 하기 위한 수단으로 입사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교육은 책에 있는 내용의 지식습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인관계와 사회적인 경험을 뒷받침해주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적인 얘기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사리 경쟁률을 뚫고 다니던 직장은 현모양처의 꿈과 함께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버린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남편은 “현모양처가 왜 잘못된 것처럼 말을 하느냐”며 되받아친다. 전적으로 좋은 아내, 엄마가 되겠다고 선택한 것은 21세기 독립적인 여성상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힘든 선택이며 동시에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다. 당연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현모양처라는 사상은 여러 생각을 거치지 않고도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다. 여성들은 사회에 필수적인 존재가 될 수 없을뿐더러 필요한 곳이 없다고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현모양처 사상이란 형성 초기에는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전통사회로부터 해방시키는 수단으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모양처 지위는 가정에 한정돼 있다. 여성이라는 성(性)이 국가나 사회에서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정 내 역할이 강조되는 후진적인 모습이라는 느낌을 준다.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진 어머니이자 동시에 순종적인 아내가 되기 위해 우리는 대학교육을 받고 또 우리의 딸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입시 경쟁을 치르고 4년간 대학교육을 거쳐 직장에 나가고 그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더 좋은 결혼상대를 만나는 것이 과연 현모양처가 되는 길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여성이 교육을 받고 커리어를 쌓는 이유는 소득수준이 괜찮은 남자를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것은 부모님들의 높은 학력 덕분만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은서 리포터 yoyiii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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