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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칼럼] 우리는 왜 하나가 되지 못하나

입력 : 2016-02-11 20:50:29 수정 : 2016-02-11 22: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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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백제 멸망 원인은 내분에 따른 국론 분열
北 도발 안보위기 극복하려면 내부 갈등과 반목 접고 국력 하나로 모아야
익히 보던 모습이다.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 후에 나온 주변국들의 태도 말이다. 북한이 마치 설 선물인 양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일본의 수반과 통화하는 사진이 일제히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한 달 전 북의 4차 핵실험 때 보던 모습과 영락없는 판박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한다는 점뿐이다.

국가 안보를 굳건히 하자면 우방국들과의 협력은 튼튼할수록 좋다. 하지만 그 어떤 외부 협력보다도 우리 내부의 안보의지가 더 중요하다. 국가는 스스로 지킬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존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진리를 입증할 역사적 자료는 수없이 많다. 1300여년 전 삼국시대의 통일 과정 역시 그러했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삼국 중에서 가장 힘이 약했던 신라가 통일을 이룬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당나라 군대의 힘을 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1차원적 사고다. 강대국 당나라조차 나중에 신라에 패했으니 외세 덕분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역사를 보는 시각에 따라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삼국 중 신라에만 있었던 하나의 요인에 주목하고 싶다. 바로 국민화합이다.

신라의 국내 상황은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군대의 개선식 행사에서 잘 드러난다. 금의환향한 소정방에게 황제는 “어찌 신라를 치지 않았느냐?”고 되레 꾸지람을 했다. 백제 정벌의 여세를 몰아 신라까지 집어삼키는 것이 당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소정방의 대답은 이러했다. “신라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백성을 사랑하며, 신하들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부형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라는 비록 작지만 일을 도모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정방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당시 신라에는 내분이 없었다. 잦은 전쟁으로 백성들의 살림이 곤궁했으나 일반 백성과 지배층은 왕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백제와 고구려는 그러지 못했다. 백제는 왕이 충신을 죽이고 향락에 빠지면서 민심이 갈라졌다. 강대국 고구려는 연개소문이 죽자 자식들 간에 내분이 일어났다. 나라가 결딴나지 않을 재간이 없다.

패망한 두 나라에 재건의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백제가 망한 뒤 당나라 군대는 1만명만 남기고 귀국했다. 당군의 약탈에 분노해 백성들이 들고일어나자 왕자 부여풍과 왕족 복신, 승려 도침이 합세해 고토의 대부분을 되찾았다. 하지만 부흥군 내부의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복신이 도침을 죽이고, 복신은 부여풍에게 죽임을 당했다. 고구려 내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인자 안승이 2인자 검모잠을 죽이면서 재건의 꿈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삼국 드라마의 최종회는 안보의 마지막 보루는 군사가 아니라 화합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연거푸 쏘아대는 현실에서 우리의 화합 수준은 삼국 중 어디쯤에 속할까. 자중지란에 처한 고구려와 백제인가, 아니면 신라인가. 지금 정치권은 나라의 명줄이 걸린 안보를 놓고도 자기 셈법만 살핀다. 미사일 도발 후에 나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북한 궤멸’ 발언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딱 그 짝이다. 더민주당 대변인은 위원장의 강성 발언을 주워 담느라 궤멸이란 용어를 ‘자멸→괴멸→궤멸’로 세 번이나 고쳤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역사적 발언”이라고 치켜세우고, 다른 야권 세력들은 “수구세력의 통일론”이라고 물아붙인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국민들은 요즘 뉴스 보기가 겁난다고 한다. 나라 안이 대립과 갈등으로 진흙탕이 된 까닭이다. 대통령은 국회와 다투고, 국회에선 여야가 삿대질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싸우고 회사는 노사로, 국민 간에는 이념으로 갈라진 상태다.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진 공동체에서 국력의 에너지가 과연 솟아날 수 있을까.

한 나라의 운명은 외침만으로 파탄 나지 않는다. 외침을 부르는 것은 내환이다. 성은 스스로 무너진 연후에 적에게 함락되고, 나라는 스스로 망한 연후에 남에게 멸망되는 법이다. 지금 우리 안보에 가장 치명적인 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국론 분열이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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