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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정민 "제가 지겨워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입력 : 2016-02-14 13:45:00 수정 : 2016-02-14 14: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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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요? 따지고 보면 작년엔 ‘검사외전’밖엔 없었어요. ‘히말라야’를 재작년에 찍기 시작해서 작년 초에 끝냈으니까. 그러고 나서 ‘검사외전’ 찍고, 뮤지컬 ‘오케피’ 무대에 올려놓고, 연말 ‘아수라’ 촬영에 들어간 거죠. 만날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안 바쁜 거예요.”

‘국제시장’(2014) 이후 출연작의 잇단 ‘대성공’에 웃음 짓고 있는 배우 황정민(46)에게 요즘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지난해 8월 ‘베테랑’의 1300만 흥행 이후 12월 ‘히말라야’, 그리고 해가 바뀌어 2월 초 ‘검사외전’까지 길게는 4개월, 짧게 2개월 간격으로 그의 작품이 극장가에 선보이고 있기 때문.

배우가 인기가 많아 다작(多作)하는 건 물론 기쁜 일이다. 그러나 배우가 자신의 이미지와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해버리면 그 배우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피로도가 상승할 공산도 큰 법. 너무 쉬어도 문제지만, 너무 바빠도 문제인 게 바로 연예인이란 직업이다.

‘검사외전’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황정민은 이런저런 고민과 함께 배우로서 앞으로의 구상과 계획을 밝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다고 해서 작품을 쉴 생각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제게 좋은 얘기만 해주세요. 그런 환경 속에 있다 보면 안이해지기 십상이니 언제나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지난해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 3종 세트를 보신 분들이 ‘다 똑같은 황정민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시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세 작품 속 캐릭터들은 엄연히 다 다르거든요. 덕수(국제시장), 서도철(베테랑), 엄홍길(히말라야) 세 사람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요? 저 나름대로 인물의 색깔을 완전히 다 다르게 연기했다고 자부했는데, 보시는 분들은 다 똑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대체 뭐가 잘못된 거죠?”



대한민국 관객들이 믿고 본다는 배우에게도 이런 고민이 숨겨져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만큼 그의 고민은 진솔했고, 구체적이었으며,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는 황정민이란 배우에게만 국한된 고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는 이 생각을 데뷔 때부터 죽 안고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그 고민은 배우라면 누구나 계속 가져가야 할 숙제인 게 맞아요. 연기를 뭔가 기술적으로 잘해서 전혀 다른 인물로 표현한다는 것에도 한계가 있거든요. 풀기 어려운, 아주 어려운 숙제죠. 해법이 쉽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계속 고민해야 하는 거고…. 그런데요. 저 그렇다고 작품 안하고 쉴 생각은 없어요. 다만 마음 속에 그 고민을 안고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애쓰면 언젠가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보이거든. ‘검사외전’ ‘아수라’ 끝났으니까…. 자, 이젠 ‘군함도’(감독 류승완) 어떻게 하나 고민해 볼까요.(웃음)”

사실 ‘검사외전’은 설산 위에서 사투를 벌였던 ‘히말라야’의 촬영이 종료되고 나서 조금은 쉬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작품이었다. 애초에 큰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초대박 흥행. '개봉 11일 만에 700만명 돌파'라는 어마무시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흥행은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 이 순간을 오롯이 즐겨야 한다는 게 그의 오래된 지론이다.

“이 얼마나 행운인가요. 작년 행복한 한 해를 보내면서 관객들에게도 좋은 모습 보인 것 같아 기뻐요. 흥행이 잘 되면 함께 고생한 동료배우나 스태프들에게도 대가가 돌아가고, 허투루 일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는 뜻도 되니 좋죠. 그게 마치 보답을 받는 기분이라니까요.”

‘검사외전’은 황정민과 강동원이 처음으로 만나 꾸려가는 버디 범죄액션 영화다. 극 중 ‘폭력검사’에서 누명을 쓰고 죄수가 되는 변재욱을 연기한 황정민은 “동원이가 바빴지, 저는 감옥 안에서 편했다”라고 말하며 '씩~' 웃어 보였다.

“어차피 팝콘영화 한 편 만들자고 찍은 거니까. 충분히 제 몫을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감옥에 있는 설정 때문에 한치원(강동원 분)에 비해 행동이나 표현의 제약은 많았지만, 제게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니까 별로 신경 안 썼어요. 다만 5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재욱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고민은 좀 됐죠.”

극장에서 무려 4연타석 홈런을 날린 황정민. 그는 오늘도 쉬지 않는다. 배우 곽도원과 찍은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이 올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고, 정우성·주지훈 등과 작업한 ‘아수라’(감독 김성수)도 후반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그가 직접 제작한 뮤지컬 ‘오케피’도 관객과 만나고 있는 가운데, 이 공연이 끝나면 일본으로 건너가 차기작이자 류승완 감독의 문제적 프로젝트 ‘군함도’ 연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 아니 '검사외전' 후에도 ‘믿보황’의 행보는 계속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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