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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 시대… 한국 영화에 담긴 ‘코드’

입력 : 2016-02-12 19:33:29 수정 : 2016-02-12 19: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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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귀환 부른 ‘국제시장’
주인공 기억 의존 역사 취사선택
헬조선 등 한국사회 만연한 분노
최루성 신파의 눈물로 치환
1000만 동원 영화 13편 분석
사회에 미치는 영향 비판적 분석
김경욱 지음 /강 /1만4000원
한국 영화는 무엇을 보는가/김경욱 지음 /강 /1만4000원


영화는 보는 재미로선 이상적인 오락물이다. 가혹한 현실을 잠시 잊고 상상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그리 나쁘진 않다. 그러나 사실이나 현실감이 결여된 영화가 우리 사회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책은 일종의 ‘영화로 본 사회학’이다. 저자는 학술적인 폭넓은 담론보다는 영화를 있는그대로 풀이하면서 판단은 독자에게 내맡긴다.

저자는 우선 ‘국제시장’을 예로 든다. 이 영화는 흥행몰이에 성공한 블록버스터급이다. 18세 이상 성인 3명 가운데 1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국제시장과 ‘포레스트 검프’는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첨예하던 시기에 개봉됐다. 두 영화 모두 상당히 정치적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지능이 떨어지는 주인공을 내세워 은밀한 이미지와 유머로 정치에 대한 관점을 드러낸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 ‘국제시장’ 홍보 포스터.
국제시장도 유사하다. 주인공 덕수를 의도적으로 해외로 보냄으로써 한국 정치 현실의 난처한 국면을 피해나간다. 덕수라는 개인의 기억에 근거하는 척하면서, 역사적으로 필요한 부문만 가져다 이용하고 사실을 왜곡한다. 덕수는 욕망을 억압하고, 가족을 위해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아버지다. 이처럼 국제시장은 역사를 편의적으로 요약한 뒤 덕수 개인의 가부장적 희생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신파의 시대’를 상기시킨다.

저자의 풀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 영화는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면서 모던한 경향을 보였다. 군사정권이 영화에 대한 검열을 이중 삼중으로 강화하면서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다양성도 축소되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등장은 퇴행의 신호탄이었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 이후 한국 영화는 ‘최루성 멜로 신파 영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처절했던 한국 현대사와 비교하면서 그 영향력을 지적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은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최악으로 몰고 갔다. 분노, 모욕, 멸시, 결핍, 슬픔 등의 감정이 국민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한국 현대사는 그 질곡을 치유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IMF 이후,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신자유주의 경제 발전 노선을 채택함으로써 한국인의 트라우마를 계속 악화시켰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떠안고 산다. 미래는 불확실성투성이다. 마침내 ‘헬조선’까지 등장했다. 때마침 나온 국제시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분노를 신파의 눈물로 치환한다. 이순신뿐만 아니라 ‘암살’의 독립군과 ‘베테랑’의 형사 서도철 같은 영웅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 것도 쫓기고 몰렸던 현대사 때문인가.

저자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논리의 비약이 심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꼬집는다. 이런 것들은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는 데는 별 장애가 되지 않는다. 웃고 울리는 장면을 적당히 잘 버무려 넣기만 하면 흥행은 만사형통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다시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억측일까. 그래서 ‘이미지 정치’에 현혹되고, 특정 집단의 프레임에 말려들고, 대중 선동과 물타기 수법에 쉽게 넘어간다면 과장인가.

저자는 천만 동원 영화 13편을 골라 콘셉트와 불균질 텍스트를 간결하게 설명하면서 영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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