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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영성

입력 : 2016-02-12 19:36:25 수정 : 2016-02-12 19: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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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지음/조광 감수/김영사/각 1만6500원

이충렬 지음/조광 감수/김영사/각 1만6500원

아, 김수환 추기경. 1: 신을 향하여, 2: 인간을 향하여/이충렬 지음/조광 감수/김영사/각 1만6500원


한국 사회 격변기 때마다 중재자로 존경받은 김수환 추기경의 전기가 1000여쪽 분량으로 출간됐다.

1979년 12·12사태 직후였다. 당시 전두환 소장은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였다. 도와 달라는 전 소장의 얘기를 차분히 다 듣고 난 김 추기경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전 소장 말을 들으니 어떤 점은 좀 이해되는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를 위한 정권이 서부활극 모양으로 돼서는 안 됩니다. 어느 쪽이 총을 먼저 빼들었느냐에 따라 군의 전권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전 소장 쪽이 총을 뽑았기 때문에 군대의 실권을 잡은 것 아니오” 전두환 소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막강 권력자 전 소장에게 이런 말은 곧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3김씨를 죄다 감옥에 쳐넣고 헌정을 마비시킨 전 소장이었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이런 말을 할 수 없는 일이다. 김 추기경은 그런 소신과 신념의 종교인이었다고 저자는 밝혔다.

오는 16일이 김수환 추기경 선종 7주기이다. 당시 40여만명의 조문 인파가 몰렸다. 말 그대로 ‘예수 안 믿는 사람들이 더 슬퍼한 죽음’이었다. 2009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열에 아홉이 김 추기경을 존경한다고 했다. 어른으로 존경받기에 정말 까다로운 한국에서 특이한 현상이다.

일제 시기 신학교 학창 시절에는 일왕에 대한 소감 쓰기를 거부하는 등 위험한 학생으로 낙인찍혔다.
1969년 세계 가톨릭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추기경에 올랐다. 당시 한국 천주교 교구 중 가장 작은 신설 마산교구의 신출내기 주교였다. 1968년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되고, 이듬해 세계 최연소 추기경에 임명되었다. 어느 날 서울에 주재하는 교황청 공사가 불러서 갔더니 통보해줬다고 김 추기경은 회고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한국 현대사를 파노라마처럼 생생히 보여주는 360여 장의 사진과 함께 김 추기경의 삶과 영성을 그려내면서 “그의 빈자리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그분 같은 우리 시대의 ‘어른’이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한 개인의 전기임과 동시에 당대를 살았던 교회 안팎의 많은 사람들에 관한 집단 전기”라면서 “작가는 김수환이란 개인의 창을 통해서 1930년대 식민지 시대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까지에 이르는 한국 사회를 서술하면서 인간의 존엄함과 위대함을 표현해냈다”고 했다.

저자는 책 말미에 “김수환 추기경 전기를 쓰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물었다”면서 “그가 추구했던 가치관에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과 방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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