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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다리에서 싹튼 토끼와 여우의 우정

입력 : 2016-02-12 19:50:48 수정 : 2016-02-12 19: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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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주인공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 달라도 이해하면 ‘친구’
기무라 유이치 글/하타 고시로 그림/김소연 옮김/천개의 바람/1만1000원
흔들흔들 다리에서/기무라 유이치 글/하타 고시로 그림/김소연 옮김/천개의 바람/1만1000원


토끼 한 마리가 통나무 하나만 간신히 남은 다리로 뛰어오른다. 뒤를 쫓아 여우도 재빠르게 다리에 오른다. 여우가 눈앞의 토끼를 막 붙잡으려는 순간, 둑이 무너지면서 다리가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통나무 다리가 기울어 둘 다 강으로 빠지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옴짝달싹 못하고 다리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여우와 토끼. 할 수 있는 거라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일뿐이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이제 막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가족이 아닌 다른 상대와 관계를 맺는 것은 큰 도전이자 모험이다. 토끼와 여우처럼 서로 전혀 모르는 존재를 맞닥뜨릴 때, 사회성이 형성되기 전의 아이들은 긴장감에 잔뜩 움츠러든다. 허겁지겁 도망치는 토끼처럼 우리 아이들도 일단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설 것이다. 가까워지기 전에는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지레 긴장한다. ‘덩치가 너무 커.’ ‘우락부락하게 생겼어.’ ‘목소리가 괄괄해.’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서 또래를 만나는 아이들에겐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가 낯설고 두렵다. 자신과 다른 외형의 친구일수록 더욱 주저하고 머뭇대기 마련이다. 반면 자신에 비해 작거나 둔해 보이면 깔보기도 한다.

책은 토끼와 여우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내용을 그린다.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주인공이 흔들거리는 다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낯선 친구 앞에서 경계하는 아이들의 불안함을 수그러들게 한다. 나아가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상대에게 다가가는 자신감을 건네준다.

토끼와 여우는 까마귀 떼가 내려앉아 통나무 다리가 휘청대는 위기를 함께 겪으면서 조금씩 의지하게 된다. 캄캄한 밤을 지새우면서 상대도 나만큼 겁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형제 이야기, 추운 겨울을 보낸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 등을 나누며 어느새 적이라는 사실을 잊고 서로를 염려한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함께한 둘은 어느새 서로의 존재가 있기에 통나무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리에 함께 있었던 ‘시간’은 서로를 알고, 돕고, 이해하는 과정이자 상대의 외형이나 조건이 아니라 속마음을 알아가는 ‘사귐’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흔들거리던 다리를 무사히 건넌 토끼와 여우는 함께 기뻐하다가 정신이 퍼뜩 든다. 토끼는 다시 달아나고, 여우는 뒤를 쫓는다. 그러다가 우뚝 멈춘 여우가 “토끼야, 이제 붙잡히지 마!” 하고 소리친다. 사귄 후의 상대는 더 이상 낯설고 두려운 ‘남’이 아니라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고픈 ‘친구’가 된다.

다리에 오르기 전, 토끼를 잡아먹으려고 사력을 다하던 여우가 다리를 건넌 후, 토끼가 달아나도록 내버려 두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어떤 사이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된다. 생긴 모양새가 달라도, 성격이 달라도, 서로를 이해한다면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책의 메시지가 아이들로 하여금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 상대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기쁨을 알게 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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