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디지털 혁명, 인간에 이롭기만 할까

입력 : 2016-02-12 19:18:10 수정 : 2016-02-12 19:18: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게 가능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시대
SNS로 여과없이 분출 부작용
현대인들 각종 중독·빚의 늪에
정치권 싸구려 포퓰리즘 빠져
이웃 교류·가족과 대화 집중 등
아날로그적 생활 관심 가져야
폴 로버츠 지음/김선영 옮김/민음사/1만8000원
근시사회 -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폴 로버츠 지음/김선영 옮김/민음사/1만8000원


디지털 혁명이 인간 생활에 이롭기만 할까. 디지털 혁명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과학의 결실이다. 더 빠르고 더 재밌고 더 풍요롭게 이끄는 첨단 문화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 사람들은 아직 가늠하지 못하는 것 같다. 17∼18세기 산업혁명은 기계의 발달을 가져왔고, 엄청난 부를 생산했으며 대단한 문명의 발전을 이룩했다. 그로인해 인류는 더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를 만들었을까.

이 책 저자 폴 로버츠는 디지털 혁명의 이로움을 다루면서도 인류가 더 충동적이고 근시안적이며 말초적 감각 스타일로 변해간다고 꼬집는다. 특히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과거 제조업 분야에서만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분야에서나 비슷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기자나 변호사처럼 고도의 정신노동을 요구하는 영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직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산업혁명기엔 그랬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일자리가 없어졌지만 새로운 직업들이 대거 출현했다. 마찬가지로 ‘창조적 파괴’가 몰아치는 과도기가 지나면 질 좋은 일자리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이 산업혁명기처럼 뚜렷한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거대기업들은 앞다퉈 연구 개발 투자를 줄이고 있다. 구조조정을 거듭하는 바람에 혁신은 동력을 잃고 말았다.

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더 척박해지고 있다. 왜 그런가. 현대기업의 주된 패러다임인 ‘주주 자본주의’로 초래된 맹목적 근시안성이 그 단적인 사례다. 주주들 이익을 실현해야하는 CEO들은 어떤 장기적 계획도 세울 수 없다.

구글은 장기적인 투자와 계획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구글조차 2011년에 1900명 정도를 새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가 20% 이상의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 주주들은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지말라는 요구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 수익을 통째로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붓고 있다. 주가를 떠받쳐주니 당장 주주들을 만족시키고, 회사가 잘 굴러가는 것으로 포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곧 재앙으로 드러날 것이다. 기업 활동을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했던 주식시장이 시장 경제 전체를 삼켜버리고 있는 것이다.

근시안성은 정치권이 더 심하다. 정계의 근시안성은 정치적 양극화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당파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현대인들은 방금 먹은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고 친구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느라, TV오락 프로그램을 즐기느라, 게임에 몰두하느라 정치에 귀 기울일 시간이 없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극단적인 언사로 자신을 부각시켜 당과 부동층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선거 공약도 실현 가능성보다는 화제성에 집중한다. 이것이 대중의 표심을 잡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흥미 위주의 각종 포털사이트는 마구 퍼나르고 퍼뜨린다. 극단으로 치닫는 언어 폭력에 중도적 타협은 설 자리가 없다.

디지털 혁명은 스마트폰부터 금융상품, 기적 같은 치료법 등 놀라운 상품을 빠르게 쏟아 낸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제 안정에 필수인 공공재, 이를테면 도로와 다리, 교육이나 과학, 예방의학, 대체에너지 등에는 소홀하다. 세계적인 명품이라는 플라스마 TV, 좌석 보온 기구, 치아 미백제뿐 아니라 세련된 마티니 술집을 차근히 안내해 주는 앱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금융 제도 개혁이나 기후변화 대처 방안, 의료보험 개혁 등 근본적인 문제에는 손을 놓고 있다.

저자는 소비자 경제의 확산, 나르시시즘이 판을 치는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스마트폰과 SNS가 그 첫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넷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유혹적인 광고가 따라붙고 클릭 한 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지만, 그로인해 사람들은 단세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비판한다. 그렇다면 그 대처 방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자기만족이라는 쳇바퀴에서 벗어나 균형을 회복하려고 촉구한다. 예컨대 텔레비전을 끄고 가족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며, 신용카드를 자르고 홈쇼핑 채널을 보지말라는 것이다. 아날로그식으로 편지를 쓰며, 이웃과 교류해보기를 권유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