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6세기 중반 스페인 선교사들은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에서 원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코코아콩을 발견했다. 화폐로 통용되고 있었다. 시커먼 데다 맛이 쓰고 기름 거품이 둥둥 떠있는 코코아 추출물(초콜릿)은 선교사들에게 혐오식품이었다. 유럽으로 건너간 이 음료는 설탕과 결합하면서 사치문화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초콜릿이 성욕을 자극한다고 알려진 탓이다. 생리활성을 강하게 일으키는 풍부한 알칼로이드 성분 덕택이다. 양귀비에서 추출되는 모르핀이 대표적인 알칼로이드이다. 마야족과 아즈텍족에게 초콜릿은 원기회복 물질이었다.

초콜릿을 흥분제로 인식한 프랑스 궁정에서는 한때 금지했다. 그렇지만 왕비와 궁녀들이 몰래 즐겼다.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은 퐁파두르 부인과 바리 부인도 좋아했다. 초콜릿을 성욕항진제로 믿은 퐁파두르 부인은 왕과의 잠자리를 위해 마셨다고 한다.

‘사디즘(가학적 변태성욕)’의 원조인 사드 후작은 중독자였다. 그는 음탕한 초콜릿 파티를 종종 열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초콜릿 때문에 음란해졌다고 알려질 정도였다. 프랑스 의사들은 발기부전 환자에게 초콜릿을 처방하기도 했다. 음악의 신성 바흐는 초콜릿을 먹는게 취미였다.

제조 절차가 복잡한 초콜릿은 부의 상징이었다. 귀족들은 초콜릿을 마시며 아침을 시작했다. 은으로 만든 초콜릿 전용 주전자와 초콜릿 도자기 잔이 뇌물로 거래됐다. 영국 토리당의 정치인들은 초콜릿 가게에 모여 협상을 했다. 이들이 모였던 ‘코코아나무 초콜릿하우스’는 뒷거래 장소로 유명하다. 영국판 요정정치라고나 할까.

1800년대에 들어서 오늘날 같은 딱딱한 초콜릿이 개발됐다. 미국에서 허시 초콜릿이 만들어져 2차대전 참전 군인들의 전투식량 C레이션에 들어갔다. 한국 오리온제과의 초코파이는 빵에 초콜릿을 올린 것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초콜릿은 침과 결합하면 부드럽게 녹는다. 제조 때 넣은 카카오버터의 녹는점이 섭씨 28∼36도로 체온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초콜릿 업자들이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안간힘을 쓰는 밸런타인데이(14일)는 밸런타인 신부가 몰래 젊은 남녀의 주례를 섰다가 사형당한 날이다. 로마 황제가 원정 나갈 병사들의 사기 저하를 걱정해 출병 직전 결혼을 금지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가슴 아픈 날이 초콜릿을 통해 ‘짝짓는 날’로 기려지는 것은 상술 때문이긴 하지만 아이로니컬하다.

한용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