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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직장인들 정보 공유·소통 공간 되길 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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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2 20:25:19 수정 : 2016-02-14 18: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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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전용 SNS 운영 ‘팀블라인드’ 정영준 공동대표

“우리가 (전면에) 나오지 않는 게 사람들이 서비스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인터뷰 때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폐쇄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의 정영준(38) 공동대표가 지난 3일 기자와 만나 사진 촬영을 정중히 사양하며 한 말이다. 정 대표는 “사용자들이 블라인드를 만드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투철한 직업정신이 담긴 말에 진정성이 묻어났다.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설명회인 ‘비글로벌(beGlobal) 2014’에서 팀블라인드의 한 직원(오른쪽)이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팀블라인드의 정영준 공동대표는 “(익명 서비스라는 특성상) 회원들이 운영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사진 촬영을 사양했다.
팀블라인드 제공

블라인드는 가입자에게 회사별 익명게시판과 ‘라운지’로 불리는 업종별 익명게시판을 제공하는 SNS로, 2013년 12월 첫선을 보였다. 정 대표가 윙버스(여행정보 서비스)를 거친 문성욱 공동대표와 네이버, 티켓몬스터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서비스다.

회사 이메일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으며, 특허받은 암호화 시스템을 통해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가입자는 자신의 회사 게시판과 자신의 회사 업종이 속한 라운지에서만 글을 쓰고 볼 수 있다. 정 대표는 “익명성이 보장되면 소통량이 상당히 늘어난다는 것을 네이버에 다닐 때 익명게시판에서 확인했다”며 “직장인들은 정말 할 말이 많은데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느꼈다”고 서비스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블라인드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에서 서비스 중이다. 우리나라는 1100여개 회사의 게시판이 열려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각각 44개, 11개에 달한다. 보통 회사 직원의 5% 정도가 게시판 오픈을 요청하면 개설해준다. 제일 처음 오픈했던 정보기술(IT) 업계의 이용이 가장 활발하다고 한다.  

블라인드는 기업 내부 문제를 사회에 폭로하는 기능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말 미국에서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게이트를 벗어나던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땅콩회항’ 사건은 블라인드에 올라오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지난해 말 입사 초년생들까지 희망퇴직을 권유해 논란이 된 두산인프라코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정 대표는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폭로를 하기에는 좋은 공간이 아니어서 서비스를 만들 때 의도했던 기능은 아니다”며 “(폭로 덕분에) 서비스가 널리 알려졌지만 블라인드가 회사를 성토하는 공감처럼 알려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폭로 때문에 유명해지다 보니 블라인드는 기업 인사팀의 모니터링 대상이 됐다. 일부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을 보고받기도 한단다. 기업에서 민감한 글을 지워줄 수 없겠느냐고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글이 지워준 적은 한 번도 없다. 정 대표는 “회원들이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신고하는 글 외에 어떤 글이 올라오는지 운영자들이 볼 수 없게 돼 있다”며 “신고가 들어온 글 외에는 글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익명게시판이라면 서로 정체를 숨기는 것을 떠올리지만 블라인드 회원들은 오프라인 소통이 활발하다. 익명의 힘을 빌려 자신을 드러내고 짝을 찾는 남녀가 많아지면서 ‘블라인드듀오’(blindduo.com)라는 소개팅 사이트가 생겼다. 정 대표는 “블라인드에서 만나 결혼하는 커플의 청첩장을 두 번 받아봤다”며 “결혼한 커플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어 “회원들끼리 봉사단을 만들어서 봉사를 하기도 한다”며 “게시판에 꾸준하게 수필을 써서 올리던 회원은 책을 낸다며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지 문의를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접속해도 광고가 1건도 없다. 보통 앱을 만든 회사들이 앱에 붙은 광고로 수입을 올리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광고가 없는 것 때문에 기업 인사팀들이 직원들 관리하려고 정체를 숨기고 만든 서비스라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그는 “광고 제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광고가 붙으면 사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붙이지 않는 것”이라며 “적당한 시기가 되면 블라인드에 어울리는 수익모델을 테스트해보며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곧 블라인드에 직무별 라운지를 열 계획이다. 업종이 다르더라도 회사 내에서 재무를 하는 사람, 인사를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익명으로 소통하는 공간이다. 변호사, 회계사, 교사 등 전문직 라운지를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블라인드가 전 세계 직장인들이 공간을 초월해 직업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공간이 되는 것이 정 대표의 꿈이다. 

그는 “블라인드는 혼자서 소리 지르고 나오는 대나무 숲 같은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관련한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회원들이 사회인으로서 정보를 얻고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해결하는 공간으로 블라인드를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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