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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 보수 대법관 사망… 대선에 미치는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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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4 13:40:15 수정 : 2016-02-14 1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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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한 명의 대법관이 숨진 사건이 아니다.’

13일(현지시간) 숨진 미국 연방 대법원의 보수파의 상징이었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을 바라보는 미 정치권의 시각이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텍사스주의 고급 리조트를 방문해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날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됐지만 정확한 사안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CNN방송은 “스캘리아 대법관이 전날 밤 친구에게 몸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며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은 즉각 정치권의 논란을 야기했다. 임기 1년을 남겨놓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후임을 임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찬반이 갈렸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신임 대법관 임명을 주장했지만, 공화당은 이를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사망 직후 애도를 표명하며 신임 대법관을 원칙에 따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례대로 연방의회 상원의 동의를 얻어 신임 대법관을 지명하는 하겠다는 것이다. 상원이 특정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미치 맥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차기 대법관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공석은 다음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채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대선 경선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차기 대통령이 신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대선을 앞둔 정치일정에서 백악관과 민주당이 보수적 인사 대신 진보적 인물을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염려에서다. 미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대선경쟁에 뛰어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공화당의 크루즈 상원의원은 (고령 대법관이 많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3∼4명의 신임 대법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예상대로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이를 대법관으로 임명한다면 향후 정치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명으로 이뤄진 연방 대법관은 성향별로 보수 5 대 진보 4로 갈려 있었다. 진보적인 신임 대법관이 임명되면 진보와 보수의 역전이 이뤄지게 된다. 더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임명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진보적 결정에 힘을 보태기도 공화당의 우려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현재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위법성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신임 대법관이 6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판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기간에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첫 이탈리아계 대법관이자 현재 연방 대법관 가운데 가장 오래 재직한 인물이다. 헌법 해석에 있어서 ‘원본주의’를 표방했으며 줄곧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낙태와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었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도 위헌 쪽에 표를 던졌다. 지난해에는 대학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여부를 심의하면서 흑인을 비하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스캘리아 대법관은 “미국 흑인 과학자의 대다수는 텍사스대 같은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 수업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는 좀 처진 대학 출신”이라고 말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을 포함해 9명의 현재의 대법관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에서 각기 5명, 4명을 임명됐다. 공화당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2명을 임명했고, 같은 당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아들 대통령이 각기 1명과 2명을 임명했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기에는 각기 2명의 진보적 인사가 대법관으로 지명됐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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