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덕봉칼럼] 대학이 대학다워져야 한다

관련이슈 이덕봉 칼럼

입력 : 2016-03-06 20:06:21 수정 : 2016-03-06 20:06:2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모자란 교원탓에 강좌수 빈약
매학기마다 학생들 클릭전쟁
취업의 전당으로 추락한 대학
투자·연구시설 과감히 늘려
교육의 질 높여 나가야할 때
3월을 맞아 56만여 젊은 인재들이 오매불망 그리던 대학생이 됐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듣고 싶은 강의를 골라 인터넷을 통해 수강신청을 하게 되는데 듣고 싶은 강좌는 이미 마감돼 내키지도 않는 강의로 학점만 채운다. 매 학기마다 대학생들이 치르게 되는 이른바 ‘클릭 전쟁’을 경험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희망하는 대학, 희망하는 학과에 들어왔지만 정작 희망하는 강의를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클릭 전쟁은 학생의 폭넓은 학습을 위해 전공에 상관없이 과목선택의 문은 열어두었지만 강좌 수와 수강인원이 제한돼 있어 벌어지는 부작용이다.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강의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스스로 탐구하고자 해도 도서관의 장서나 전자정보시스템이 빈약하고 다양한 연구 동아리 등도 적어 자기 계발에 정진할 만한 여건도 안 된다. 다시 학원가로 나가거나 온라인 공개 강좌(MOOC)를 비롯한 각종 무료 인터넷 강의에 의존해야 한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장
2015년 대학교육연구소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7.3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명의 두 배에 가깝다. 서울대의 15명을 비롯해 비교적 양호한 국공립대를 제외하면 사립대는 35명에 육박한다. 학생 수 대비 교원 수가 적으니 강좌 수가 적게 마련이고 시간강사 비율이 높으면 대학 평가에 불이익을 당하므로 전임 교원의 강의 부담이 커져 강의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토록 교원 수와 교육 기반 설비가 열악한 것은 다름 아닌 대학의 재정 부족 때문이다.

교육부는 20년 전부터 대학의 기반시설, 구조개혁, 취업률, 연구업적 등을 중심으로 한 대학평가 제도를 통해 재정 지원을 늘리면서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2013년 OECD의 교육지표에 따르면 대학생 1인당 교육 투자비는 한국이 9000달러로 OECD 평균 1만4000달러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3만 달러인 미국이나 2만1000달러인 캐나다와 호주의 30~40% 수준이다. 그것마저도 한국은 교육비의 80%를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대학교육에 들이는 비용은 낮으면서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이유는 국고 지원금이 다른 나라보다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교육비 총액 중 고등교육에 할당된 예산은 13.7%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학교육을 위한 투자 비율은 0.6%로 OECD 평균 1.0%에도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지원금의 대부분은 학자금 지원쪽으로 편향돼 있다. 교육기반 설비나 연구시설 확충 등을 위한 투자는 요원하다.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은 정부와 기업의 몫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학평가에서 취업 성적을 강조함으로써 청년 취업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해 대학을 취업 준비기관으로 몰아가고 있다. 교수들은 취업 알선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대학생들은 거액을 들여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등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쫓기면서 ‘금수저’ ‘흙수저’론을 자조하게 된다.

한국의 대학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위에 대학 본연의 기능마저 위협받고 있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교육부는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오류를 당장 중단해 대학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애꿎은 등록금 삭감으로 열악한 교육재정만 악화시키지 말고, 국고지원을 OECD 평균수준으로 끌어올려 등록금을 인하해야 옳다. 나아가 기업들의 대학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국고 지원은 교수 충원을 비롯해 교육기반 설비와 연구시설의 확충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낙후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