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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된 미술관, 봄바람과 랑데부

입력 : 2016-03-29 21:04:16 수정 : 2016-03-29 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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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미황사 ‘자하루 미술관’ 전시 풍경이 된 미술관이 있다. 강원도 원주 한솔 오크밸리에 위치한 뮤지엄 산(Museum SAN)은 서울 남산보다 높은 해발 275m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경관을 아우른다. 깊은 산 속에 위치한 것만으로도 풍경 자체가 힐링이 된다. 일본 유명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은 파주석을 쌓아올려 성루를 방불케 한다. 돌담의 형상이 바람마저 쉬어가게 하는 풍경이다. 미술관 언저리에 조성한 다락논 같은 물정원에는 번잡한 마음을 던져 놓기에 제격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잡아두는 무심한 전망이다. 바람과 물을 다스리는 전통풍수를 떠올리게 한다.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뮤지엄 산 전경. 산 정상에 바람이 쉬어가고 물이 흐르게 한 풍경이 이채롭다.
해남 땅끝마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달마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 미황사는 최근 누각 자하루를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전통문화와 동시대 현대미술이 상시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황사는 법정 스님이 생전에 ‘홀로 감춰두고 싶은 절’이라 할 만큼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남도사찰이다. 해마다 남녘 바람에 만개한 동백과 매화의 향기로운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오는,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절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천년고찰. 그 아우라 속의 자하루미술관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미술과 자연된 사찰의 랑데부다.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을 융합한 장소라는 뜻을 가진 뮤지엄 산에서 8월 21일까지 ‘자연, 그 안에 있다’ 전이 열린다.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을 포커스로 하고 있다. 19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자연을 회화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것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연과 함께하고, 그 안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작품들은 자연의 단편적인 부분들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작가마다의 독특한 해석과 각각의 특별한 내러티브를 통해 자연의 순수함을 표현했다. 관람객은 마치 카메라 렌즈를 줌인하는 것과 같이 대상을 상세하고 집중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톡 치면 하늘이 그려지는 에브리웨어의 설치작품.
통로에 설치된 에브리웨어의 설치작품은 관람객이 손으로 천을 쓰다듬으면 물감이 번져나가듯 구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벽에 걸린 풍경화나 산수화를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이 온 몸을 열어 자연과 예술에 스며드는 독특한 전시다. (033)730-9000

미황사 내 자하루 미술관에 전시된 이종구의 ‘만불산’.
자하루 미술관에서는 5월 31일까지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전이 열린다. 윤석남, 서용선, 이종구, 김천일, 김선두 등 한국화와 서양화, 설치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대미술작가 32명의 작품 60여점이 전시된다. 출품작들은 작가들이 지난해 봄부터 올 1월까지 미황사를 방문하고 제작한 것들이다. 목판화가 홍선웅은 미황사 창건설화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오원배 작가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을 내놓았다. 박방영 작가는 미황사의 창건설화와 함께 현재의 모습을 모두 담은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작 중에는 지난해 10월 미국 밀워키시립미술관에 초대되어 소개된 바 있는 미황사 금강 스님의 탁본작품도 포함됐다.

미황사는 종교를 뛰어넘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과 도시 일반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사찰로 해마다 10만명 이상이 찾고 있는 사찰이다. 미술관으로 변신한 자하루는 그동안 방학이면 ‘어린이 한문학당’으로 쓰였던 곳이다. 평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고 간 곳이다.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채워가는 공간으로 기대된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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