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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칼럼] 호모 파베르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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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3 21:39:40 수정 : 2016-04-03 21: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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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 돌칼처럼 AI도 인류가 만든 도구일 뿐
역기능 우려 목소리 높지만 미래사회 여러문제 해결할 유용한 도구될 수 있을 것
이세돌과 알파고의 열기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인공지능(AI)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사실 바둑 대결 이전에도 AI는 어느새 우리 삶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인비행기, 사물인터넷(IoT) 등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기기는 물론 재난대응, 노인요양, 교육에도 이미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투자상담 AI의 수익률이 인간의 평균수익률을 능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도처가 AI의 세상이다.

인간이 인간을 도구로서 복제하는 꿈을 키워 온 것은 생물학의 역사와 함께한다. 생물학적인 동물 복제의 최종 목표가 인간 복제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로봇과 AI도 궁극적으로 인간을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과정이다. AI의 기본원리는 인간의 오감 역할을 하는 기계적인 감각기관으로 얻어진 정보를 알고리즘에 주입해 주어진 논리에 따라 대응원칙을 결정하고, 그것을 실행장치를 통해 행동하는 것이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여기에서 AI의 한계가 드러난다. AI는 정보를 얻는 인간의 오감을 넘어 육감(六感)이라고 하는 미묘하고 섬세한 복합적 감각기능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뇌가 학습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도덕에 기반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듯 복합적인 상황에서 AI가 높은 수준의 지적 판단을 할 것인가. AI는 우리의 손발을 비롯한 인체의 신비스러운 물리적·생물학적 기능의 구현과 인간의 생식기능 같은 기계의 자기 복제는 가능할 것인가. 인간을 모사한 기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겠지만 종합적인 면에서 인간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AI는 현재의 기술에서 예측하자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두려운 것은 어느 한 가지만 뛰어나면서 인간에게 해로운 기계의 출현이다. 이미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킬러로봇 같은 것이다. 아무리 군사용으로 개발된다고 해도 결국 민간의 살상을 피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AI가 보편화되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라는 노랫말은 AI 시대에 더 이상 공감을 얻기 힘들다. 기계가 가진 정보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게 된다. 나의 건강, 취미, 성격, 말투, 구매 취향을 나보다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통제기능을 작동시킨다. 산업혁명 시기에 등장한 컨베이어벨트는 사람을 한자리에 서서 일하게 만듦으로써 인간의 효율성과 노동속도를 벨트의 이동속도에 얽매이게 만들었다. AI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귀찮아 하거나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편리함이 있는가 하면, AI에 의해 계획된 순서와 강도에 따라 일하게 되는 인간군이 생겨나게 된다.

시스템의 관리 차원에서 보면 AI를 통해 관리하는 업무와 AI를 통해 관리를 받는 업무 형태로 나뉘게 된다. AI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AI의 관리는 소수의 인력만으로 가능하게 되고 AI의 관리를 받는 사람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기계의 지능화를 경고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기계가 인간을 통제하려 드는 세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능화된 기계들이 감정을 갖게 돼 반란을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을 대비해 필요한 것은 AI의 표준화와 윤리적 통제수단이다. 표준화된 통제기능이 기술 발전에 앞서 준비돼야 한다. 국가나 사회조직이 AI의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개인도 AI와 결합해 새로운 능력을 갖는 인간군이 탄생할 수 있다. 똑똑한 기계와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남는 방법은 기계보다 똑똑해지는 것이다. 행정·교육·금융·서비스산업·생산·과학기술에서 AI를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AI도 인간이 제조한 도구이다. 인간이 발명한 어떠한 도구도 유익한 면과 해로운 면을 가지고 있다. AI의 역기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구석기시대 돌칼을 만들기 시작한 도구적 인간인 ‘호모 파베르(Homo Faber)’가 갖는 희망이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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