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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小窓多明] 정치의 요체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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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8 21:05:47 수정 : 2016-04-18 21: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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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타협 외면한 현 정권, 총선쇼크는 국민과 멀어진 탓
소통과 포용의 정신으로 국정운영의 틀 혁신하면
국민이 환영하고 지지할 것
고대 정치와 근현대의 정치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아마도 권력의 분립이고 그중에서도 국민대표제의 유무일 것이다. 과거라고 임금과 신하들이 완벽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로되, 통치를 받는 국민들의 뜻보다는 지식층이나 권력층의 뜻을 전달받아 군주가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했다는 취약성이 있었다. 현대의 의회제도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오랜 우여곡절과 진통 끝에 자신들의 뜻을 대변할 대표자를 뽑았다. 이후 정부와 국회가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해 나갈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이자 관심의 초점이다.

이번 선거 이후 기존의 국정수행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그동안 국회가 당리당략에 갇혀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를 하지 못했기에 우리 국민들이 이번에 새로운 인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대통령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국회로 표현되는 정치권력과의 진정한 대화, 협력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자신의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2006년 12월 초 당시 호주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편 가르기 사고방식’에서 자신도 벗어나지 못한 ‘과오’의 측면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정치의 영역에서 더 가야 할 부분이 있고, 그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마감을 앞둔 대통령의 독백이라는 데서 그 의미가 회자됐었다.

그런데 과거 조선시대와 현대의 차이를 굳이 살펴보자면 과거에는 왕과 신료 사이의 대화와 타협이 당시의 과제였다면 현대에는 정치를 담당하는 대통령과 이를 견제하고 보완하는 국회의 관계정립과 협력이 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이라고 하겠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독백도 그런 뜻이 많이 담겨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정치는 어떻게 되는 것이 좋을까.

동양인들의 정신적인 스승인 공자는 정치의 주관자는 곧 왕인데 그 왕이 행하는 정치의 요체는 ‘인’(仁)이라고 말한다. 왕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탕에 ‘인’이 있어야 하며, 그 ‘인’이란 것은 마음의 덕이요, 사랑의 이치라는 것이다. 우리말로 어질다고 푸는 이 ‘인’이란 말의 뜻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공자는 제자 안연(顔淵)과의 대화에서 “문을 나갔을 때에는 큰 손님을 뵌 듯하며, 백성에게 일을 시킬 때에는 큰 제사를 받들 듯하고,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하며, 나라에 있어서도 원망함이 없으며, 집에 있어서도 원망함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백성을 어려워하고, 백성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중기에 살았던 기대승(奇大升)은 막 집권한 선조(宣祖)에게 ‘논어’를 강의하면서 “군주는 구중궁궐 안에 거처하여 총명이 사방에 미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사와 명령을 하는 사이와 인재를 등용하는 사이에 혹 잘못이 있을 수 있으니, 잘못이 있으면 대신이 건의하고 대간이 바로잡습니다. 근래에 대신이 아뢰는 말과 대간이 탄핵하는 일을 성상께서는 모두 머뭇거리고 어렵게 여기시니,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국가를 위하는 뜻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대각(臺閣)의 말을 따르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 뒤에야 언로(言路)가 열리는 것입니다. 대각의 말을 따르지 않으신다면 공론이 막히고 인심이 해이해질 뿐만 아니라, 왕께서도 또한 습관이 되어 생각하시기를 ‘비록 대각의 말을 따르지 않더라도 무슨 해로움이 있겠는가’라고 하시게 될 것입니다. 왕의 생각이 이와 같이 되신다면 어찌 크게 두려워할 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진언을 드렸다(논사록).

그동안 현 정부의 정치스타일에 대해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하는 정치의 부족을 지적한 목소리가 많았다. 결국 공자가 지적한 대로 정치에 있어서 ‘인’이 부족했다는 뜻이 아닐까. 그리고 국정에 대한 원로나 언론의 권고가 점차 줄어든 것은 기대승의 말처럼 ‘공론이 막히고 인심이 해이해지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것이 이어지면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마음의 간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번 선거의 결과가 그것이라는 것이다. 왕과 백성의 관계는 흔히 바람과 풀의 관계로도 비유된다. “백성을 긴장만 시키고 늦추어주지 않으면 문왕(文王), 무왕(武王)도 다스릴 수가 없다”는 말이 ‘예기(禮記)’에 있다. 대통령이 만들어주는 따뜻한 바람은 풀로 비유되는 국민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한다.

앞으로 남은 대통령의 임기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집권 후반기는 지도자나 국민의 마음이 바빠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정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할까 조급해한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의 주장에 담긴 뜻을 받아내고 서로의 장점을 찾아내는 새로운 정치풍토가 열린다면 보다 많은 국민이 인정하고 지지하는 정책이 돼 우리 국민도 이 정책에 참여해서 나라 발전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따뜻한 바람이 나라에 불어올 수 있을 것이다.

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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