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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민심에 복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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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9 21:59:01 수정 : 2016-04-19 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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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참패는 박 대통령의 책임
청와대 인적쇄신이 변화의 첫걸음
아리스토텔레스는 “복종하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는 한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총선 결과에 이 말을 대입하면 민심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민심은 뭔가.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엎기도 한다. 호랑이가 성이 나면 사육사를 물어버린다. 민심의 변심에 의해 집권 새누리당이 여대야소는커녕 제2당의 곤궁한 처지로 몰락했다. 야당 협조 없이는 박근혜정부는 식물정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심은 천심인데 이유를 따지면 어리석다. 무엇보다 집권세력이 더 많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마땅하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렇지만 청와대는 별나라의 왕궁 같다. 

백영철 편집인
총선 결과와 청와대가 무관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호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국무회의와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국내 정치를 ‘월남 패망’ 당시 상황과 비교하며 야당심판을 요구한 적도 있다. 작년 6월25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배신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한 것은 응징과 배제,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총소리였다. 그 뒤 새누리당 내 친박계들은 유승민 제거와 친박계 세력 구축만이 구국의 길인 양 행동했다. 박 대통령은 지휘자였다. 친박계들은 지휘봉에 따라 소리 내는 나팔이고 북이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칼부림, 최경환 의원 등의 ‘진박 마케팅’, 윤상현 의원의 “대표 죽여”라는 막말과 무소속 출마, 서청원 원유철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바람잡이 노릇은 희극적 단막극이었다. 친박계의 분열주의 행동과 이 과정서 돌출한 김무성 대표의 ‘옥새 들고 나르샤’는 국민에게 쓴웃음을 안겨 주었다. 이들을 직간접으로 움직인 것은 박 대통령의 지휘봉이었다.

사실관계가 이렇게 명명백백한데도 총선 다음날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은 역주행했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다. 그의 말에는 의당 박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고 국민은 믿는다. 그만큼 단어 하나하나에 천금의 무게를 담아내야 한다. 이 두 줄짜리 논평이 천금의 무게로 다가온 것은 역설적이다. 민심에 불복종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었다. 민심을 천심이 아닌 그저 한줄기 봄바람 정도로 여기겠다는 의지가 문맥에 선명하다.

청와대의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 정리와 새누리당 내 친박계의 반성 부재는 맥이 통한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큰 원유철 원내대표는 자숙 대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친박계의 중심인 최경환 의원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태세고 홍문종 의원 등 친박계 중진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간다는 입장이다. 8선이 된 서청원 의원은 20대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다. 친박계의 감투 욕심은 회사를 부도낸 사람이 구사대 위원장 자리를 탐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다. 정치인의 사과는 악어의 눈물처럼 진정성이 없고, 정치인이 원래 뻔뻔스럽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총선 결과는 온 나라에 분노가 가득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박 대통령의 불통과 불통합 행보, 새누리당의 오만, 여야 정쟁에 대해 참을 수 없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민심은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접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라고 요구한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는 매사 전투적이든 자존의식이 유달리 강한 캐릭터든 자신의 스타일을 접고 국민의 불만을 수용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맞춰야 한다. 정치의제 설정과 정책의 목표에서 물러서라는 말이 아니다. 방법의 측면에서 일방적인 정면돌파보다는 우회하면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면 된다. 자신의 정치 스타일이 국민에게 거부당했는데도 고집을 부리면 역사에 민폐를 끼치는 결과를 낳는다.

매-비둘기(hawk-dove) 게임이 있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매처럼 사납게 굴 것이냐 아니면 비둘기처럼 유화적이 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야당은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힘을 믿고 매처럼 공세적 자세를 취할 것이다. 벌써 보수정권에 대한 청문회, 역사 국정교과서 폐기 등 강경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매끼리 격렬하게 싸우면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문제는 그 사이 나라가 결딴난다는 점이다. 이 길은 국민이 원하는 길이 아니다. 이럴 때 박 대통령이 비둘기가 돼 ‘지고도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정쟁에 신물을 내는 민심에 호응하고 야당을 비둘기로 만드는 방법은 그것밖엔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엊그제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태풍 같은 민심의 실체를 뒤늦게 안 건가.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대통령의 변화는 결국 국민을 위해서다. 국민과 같은 방향을 보려면 청와대 인적쇄신이 첫 단추가 돼야 한다. 공천 파동, 메시지 관리의 실패, 탈북자 관리시스템의 붕괴 등 책임을 물을 일이 수두룩하다. 지도자는 민심에 복종해야 한다.

백영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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