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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 농부가 쌓은 '열정'… 환상적인 풍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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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2 10:30:00 수정 : 2016-04-21 2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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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함 느끼게 하는 거제 명물 태풍 등 자연재해를 막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이겨내는 것 역시 사람의 힘이다. 경남 거제도는 지리적 특성상 태풍 피해가 잦다. 하지만 이 같은 역경을 이겨낸 곳이 거제도이기도 하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에도 좌절하지 않고 이를 복구한 매미성과 외도.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현재의 멋진 풍광을 이룬 사람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경남 거제 매미성은 개인이 혼자 13년간 쌓아올린 곳이다. 바다와 거가대교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인간승리의 표상… 매미성, 위도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건너 거제도로 들어와 10여분 차를 몰면 대금리 복항마을에 이른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표지판에 ‘차를 놓고 걸어가 달라’는 내용의 글귀가 있다. 길이 좁아 주변에 차를 세워 두는 것이 좋다. 마을 입구부터 100여m 정도만 걸어가면 바다가 나온다. 하지만 바다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성벽이다. 돌이 차곡차곡 쌓인 성곽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성탑이 치솟은 유럽이나 놀이동산 성의 화려함은 없다. 하지만 해변을 따라 100여m가량 이어진 성곽의 위용은 다른 성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매미성으로 알려져 있는 이 성은 백순삼씨가 홀로 짓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3년째다. 개인이 혼자 쌓았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해 보인다.

직장인이었던 백씨는 노후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밭을 산 후 주말이면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2003년 태풍 매미가 거제도를 휩쓸고 지나갈 때 백씨가 일구던 밭도 초토화됐다. 바다 바로 앞에 있어 피해는 컸다. 그때부터 태풍 등 자연재해가 닥쳐도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돌로 축대를 쌓기 시작했다. 축대를 쌓다가 성벽과 전망대 등을 조성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에 이름이 매미성으로 지어졌다. 백씨는 성주가 된 셈이다.
경남 거제 매미성은 개인이 혼자 13년간 쌓아올린 곳으로 100m에 걸쳐 성곽이 이어져 있다.

외관만 성의 모습이 아니다. 돌계단을 올라가면 성 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통로가 이어져 있다. 내부를 둘러보면 성벽 중간엔 페트병들이 박혀 있다. 내부 공사를 할 때 어둡다 보니 채광을 하기 위해 페트병을 꽂아 놓은 것이다. 내부에도 계단을 쌓아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돼 있다. 전망대의 높이가 지상 8m 정도 된다. 전망대에 오르면 거가대교와 학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성이 언제 완성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언제 찾더라도 자연재해를 이겨내기 위한 인간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부부가 30년 넘게 가꾼 외도 역시 매미 등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이겨내고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곳이다. 매미로 50년 넘은 동백, 해송 등 100여그루 나무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혀나갔다. 사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꽃밭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하지만 이를 꿋꿋이 이겨내고 연간 100만명이 넘는 여행객이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공곶이도 이곳의 풍경에 반한 노부부가 터를 잡아 50년 가까이 황무지를 일궈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꾼 곳이다. 경사가 가파른 공곶이는 농기계를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다. 호미와 낫, 곡괭이로 손수 지금의 풍광을 일군 부부의 노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경남 거제 포로수용소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 등의 수용생활을 재현해 놓았다.

자연 풍경만으로 만족이 힘들다면 거제시내 포로수용소를 들르자. 6·25전쟁 당시 최대 17만여명의 북한·중국군 포로를 수용한 거제 포로수용소의 일부를 관광지로 개발했다. 항구조차 하나 없던 거제는 포로 수용을 위해 항구를 만들면서 조선업이 발달했다. 포로들이 있었을 당시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것은 물론 전쟁터와 포로수송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해양레저 즐기며 가족과 추억 쌓기

거제도에서 바다 풍경만 보고 여행을 마무리짓기엔 아쉬움이 크다. 푸른 바다의 맛을 좀 더 만끽하려면 바다로 직접 뛰어들어 가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바다가 차다. 그렇다고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람선을 타고 섬 가까이 다가가 기기묘묘한 풍경을 봐도 좋다. 거제도에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일곱 군데나 된다. 지심도를 가거나 내·외도, 해금강, 장사도 등 보고 싶은 섬 인근의 선착장을 찾으면 된다. 유람선에서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해설사의 입담 좋은 설명을 들으며 섬에 대한 사연을 듣는 것도 거제 여행의 묘미다.
경남 거제에서 요트를 타고 섬을 가까이에서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가족끼리 배를 타고 선상낚시를 체험하는 것도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낚시를 떠올리면 아빠가 찌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상돼 가족들은 심심하다고 하는데, 이런 편견을 깰 수 있다. 배를 타는 순간 다른 데를 갈 수 없으니 누구나 자연스레 낚싯대를 하나씩 들게 된다. 여기저기서 물고기를 건져 올리며 환호성 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흥이 난다. 물고기를 많이 잡으면 좋고, 많이 못 잡더라도 배를 타고 바다 위에서 가족이 서로 못다한 얘기를 할 수 있다. 여행 추억을 쌓는 데는 회만 사먹는 것보다는 더 좋을 듯싶다. 물론 잡은 물고기는 가져갈 수 있다. 낚싯배나 선착장 근처 횟집에서 회를 쳐준다.
경남 거제에서는 요트를 타고 석양을 바라보는 여행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북적거리는 것을 피해 한적한 분위기에서 바다를 느끼고 싶다면 요트투어를 추천한다. 거제도에서 요트투어를 하는 곳은 거제마리나리조트에 위치한 마리나베이가 대표적이다. 인기 요트투어 프로그램은 피싱투어와 썬셋투어다. 피싱투어는 요트 위에서 바다낚시, 갈매기 먹이주기, 요트세일링 등을 할 수 있다. 썬셋투어는 황금빛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를 항해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심도 해안절경 투어, 갈매기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줄 와인 등을 제공한다. 좀 더 활동적인 레저프로그램을 원한다면 440마력으로 바다를 시원하게 질주하는 ‘제트크루저’가 있다.

거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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