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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이로운 풍경… 지구의 중심으로 가는 입구인가

관련이슈 박윤정의 웰컴 투 아이슬란드 , 'W+'여행

입력 : 2016-04-29 10:30:00 수정 : 2016-04-28 20: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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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아이슬란드]〈6〉 소설 ‘지구 속 여행’의 무대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아 서쪽 끝에 도착한 뒤 서부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쪽 끝에는 아이슬란드 일주의 종착지인 수도 레이캬비크가 있다.

스나이펠스네스반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나이펠스외쿨 화산 분화구 주변. 눈과 화산재가 어우러져 낯설고 위압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이곳을 ‘지구의 중심으로 가는 입구’라고 표현했다.
서부의 피오르를 따라 남부로 내려가는 길에는 스나이펠스네스 반도가 있다. 아이슬란드 서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반도의 중심에는 해발 1446m 높이의 화산 스나이펠스외쿨이 자신이 이 땅의 주인임을 자랑하듯 높게 솟아있다.

스나이펠스네스반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나이펠스외쿨 화산 분화구 주변. 눈과 화산재가 어우러져 낯설고 위압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해저 2만리’ 등 모험소설로 유명한 쥘 베른은 그의 소설 ‘지구 속 여행’에서 스나이펠스외쿨의 분화구를 ‘지구의 중심으로 가는 입구’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곳을 ‘지옥으로 가는 입구’라고 불렀다. 낯선 환경과 경이로운 풍경이 누구에게는 모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현대의 여행자에게는 이 놀라운 풍경들이 경외와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화산과 빙하, 폭포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반도는 흡사 그동안 아이슬란드를 돌아보면서 보았던 풍경을 압축해 놓은 듯하다. 그래서일까. 스나이펠스네스 반도는 ‘미니어처 아이슬란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아이슬란드 설화인 ‘사가’의 배경이 되었다.

반도를 따라 다시 서쪽으로 접어든 도로는 병풍 같은 절벽을 따라 뻗어있다. 여러 빛깔의 바위들이 층층이 쌓인 무지개 절벽을 지나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초원, 그 너머 잿빛 화산지대가 한 폭의 그림을 이루며 펼쳐진다.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나이펠스외쿨 화산 분화구. 눈과 화산재가 어우러져 낯설고 위압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이곳을 ‘지구의 중심으로 가는 입구’라고 표현했다.
지구의 중심으로 가는 길이나 지옥으로 가는 입구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용암지대를 따라 형성된 동굴 탐험을 추천한다. 바튼스헬리스는 7000여년 전 화산 폭발로 이해 만들어졌다. 수천 년 동안 외부에 숨겨져 있던 신비로운 자태를 자랑한다.

반도를 빠져나와 다시 남부로 길을 잡으니 서부 아이슬란드 관광의 거점인 보르가르네스가 나타난다. 9세기 바이킹족이 처음 정착했다는 보르가르네스는 오로라 관람지로도 유명하다. 노천 온천지대인 블루라군에서 휴식을 취하기 적당한 마을이다. 아이슬란드 정착의 역사를 보여주는 ‘세틀먼트센터’라는 전시관을 둘러보니 척박한 환경에 맞서온 아이슬란드인들의 처절함이 느껴진다.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나오는 파파존스 피자 가게로 유명해진 카페에 들러 허기를 달랬다. 영화에 등장한 카페라면 사람으로 붐빌 듯한데 아이슬란드 어디나 그렇듯 조용하고 한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적한 레이캬비크의 거리. 이 길을 따라 시내 중심가에 이르면 아이슬란드 인구의 3분의 1이 모여 사는 대도시의 번잡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다.
보르가르네스에서 75㎞를 달리면 아이슬란드 일주의 종착지인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한다. 레이캬비크 도착 전 마지막 마을인 아르카네스를 지나면 차는 길고 긴 해저터널로 들어선다. 1㎞ 지점마다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터널을 지나면 해저터널 요금소가 나온다. 창가에 슬라이드 사진처럼 지나치는 경관이 여러 빛깔로 말을 걸어온다.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또 다른 경치가 재잘대듯 다가온다. 마지막에는 아련한 레이캬비크의 불빛이 지친 여행객을 위로해 준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던 날 하늘 위에서 접한 레이캬비크는 설렘이었다. 광활한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찾은 레이캬비크가 여행객을 반갑게 맞아줬다.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바다와 피오르가 어우러진 레이캬비크는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레이캬비크에 들어서면서 아이슬란드 여행 중 처음으로 주차가 걱정됐다. 아이슬란드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12만명이 모여 사는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도시의 번잡스러움은 물론 고층빌딩 스카이라인과 교통 체증까지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익숙한 친근함이 들면서 잠자고 있던 내 안의 도시본능을 깨운다.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의 풍부한 문화예술의 중심지답게 세련되고 활기에 넘친다. 도시를 가로지르며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호텔로 향했다.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 앞에 자리한 캐릭터 인형.
레이캬비크는 현대적이고 이국적인 레스토랑과 북유럽 스타일의 독특한 상품을 파는 디자인가게, 갤러리, 호텔들이 시내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낮에는 현대적이고 이국적인 레스토랑과 북유럽 스타일의 독특한 상품을 파는 상점들이 시내 중심에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호텔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북적이는 거리를 내려다보다가 거리 냄새가 궁금해 문을 나섰다. 즐비한 카페들은 늦은 밤까지 문을 연다. 지평선에 걸터앉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태양처럼 아이슬란드 사람들도 카페에 둘러앉아 밤늦도록 어울린다.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카페에서 며칠 동안 단절됐던 한국 소식과 친구들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더욱 반가운 아시아 레스토랑. 오랜만에 익숙한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늦은 저녁 카페에서 한 잔 후 아무런 생각 없이 도시를 걷기로 했다. 무념무상. 특별한 관광지를 정해 두지 않았다. 중심 도로에는 다양한 벽화와 거리예술작품이 눈에 띈다. 창의성 있는 건물과 작지만 독립적인 갤러리, 다양한 불빛의 상점, 그리고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를 풍기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이끄는 음식 냄새를 따라 식당에 들어선다. 나도 모르게 아시아 식당에서 오랜만에 익숙함에 젖어들었다.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 교회는 도심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구드욘 사무엘손이 설계했다. 분화한 용암이 냉각되면서 생성되는 매혹적인 모양과 형태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마쳤지만 날은 아직 환하다. 오늘밤도 어두움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시내를 따라 조금 걸으니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할그림스 교회가 인사한다. 1937년 잉글랜드 건축가 구드욘 사무엘손이 디자인하고 1945년 건축이 시작돼 1986년 완성됐다. 아이슬란드의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받아 외관이 웅장하다. 같은 건축가가 작업해 형제교회로 불리는 아퀴레이리 교회처럼 포근하게 도시를 감싸는 듯하다. 교회는 시내 중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휴식을 위해 호텔에 돌아왔지만 창밖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라이브 음악과 사람들의 대화가 흐른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후 처음 느끼는 소란스러움이다. 자정까지 환한 거리 곳곳에 넘쳐나는 소란스러움이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푸근하다. 다음 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될 레이캬비크 관광을 위해 잠을 청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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