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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오냐 하는 교육이 ‘어른애’ 길러낸다

입력 : 2016-04-29 19:49:17 수정 : 2016-04-29 19: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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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불안정 상태로 성장한 부모들
자녀에게 간섭 보다 방임 위주 육아
타인 수긍 못하는 ‘편향적 어른’ 길러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송소민 옮김/추수밭(청림출판)/1만5000원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미하엘 빈터호프 지음/송소민 옮김/추수밭(청림출판)/1만5000원


가정의 달로 접어들면서 부모의 역할에 관한 책들이 쏟아진다. 대부분 부모들에게 깨우침을 주문하고 있다. 이제 막 자녀를 갖는 20∼30대 젊은층이 되새겨볼 만한 책들이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폭군 아이’를 출간해 유명해진 독일의 청소년 심리치료가 미하엘 빈터호프(사진)의 책이 눈에 띈다. 현대인의 정신 빈곤의 세계를 진단하는 교양서다.

40~50대에 이르러도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지극히 슬픈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큰 아이’로서 자신만의 세상을 배회하곤 한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성장하지 못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불행한 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이 책에 담은 경험담이다.

“나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치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부모들을 치료한다. 아이들에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부모의 역할이 절박하게 필요하다. 첫 상담 후 (…) 6주나 8주 후에 부모는 다시 나를 찾아온다. 나는 그들이 약속을 지켰는지 아닌지를 바로 안다. 아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모가 만성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는 즉시 아이들도 거기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들의 놀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부모의 대부분은 무언가에 쫓기며 절반 흥분 상태에 있는 게 지금 현대인의 모습이다. 수많은 부모들을 접하고 관찰해 온 저자는 많은 부모들이 정서 불안정 상태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탓인지 부모들 대부분은 모호한 불안 상태에서 단 한 가지만을 원한다. 즉 간섭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려 한다는 것. ‘안 돼’라고 말하는 대신 ‘그래’라고 하기가 더 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녀들은 거의 모든 것을 해도 되고, 가지고 싶은 것은 거의 다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을까. 자신을 애써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을 수 있을까. 저자는 ‘컬링 부모’를 지적한다. 컬링 부모란 자녀의 앞길에 존재하는 장애물을 모두 제거해주고, 내 아이에게 아름다운 유년기를 제공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러나 시련과 갈등, 고민 없는 유년기는 반쪽짜리 유년기에 지나지 않는다. 컬링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에게는 인생의 쓰고 단맛을 다채롭게 느끼게 해줄 믿음직한 감정의 팔레트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편향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은 성인이 아니라 그저 나이가 꽉 차기만 한 사람, 인생의 현실을 믿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만다.

저자 미하엘 빈터호프는 미성숙한 부모들의 영향은 자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어젠다로 선정해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gettyimagesbank
부모의 자가용 뒷좌석에 앉아 세상을 배우고 디지털 시대에 사회화된 아이들, 과도한 자기 욕구에 짓눌린 부모에게서 “괜찮아”라는 말만 듣고 자란다. 이처럼 타인을 수긍할 줄 모르는 미성숙한 젊은이들이 과연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엄격함이 아닌 분명함으로 자녀들을 존중하고 북돋우고 받아들여야 늦게나마 자녀의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살아가고 생존하는 데 지금보다 편한 시절은 없었다. 기술 혁명을 비롯해 특히 디지털 혁명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저자는 “디지털 혁명이 정신적인 부담을 준다는 것은 맞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정신을 모호한 불안 상태로 몰고 가는 수많은 정보를 제한하는 방법을 우리가 미처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간단한 처방을 제시한다. 디지털 기기들을 자주 차단하고, 당장 필요한 휴식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진료실에 찾아온 많은 부모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과도한 요구에 짓눌려 있는지 보인다고 한다. ‘잘하려는’ 긴장 때문에 지속적 흥분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 그런 경우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혼자 숲에 가서 다섯 시간 정도 산책하라는 숙제를 내준다.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어리둥절한 표정과 실망의 빛을 보인다고 한다. 시답잖은 처방이라는 것. 하지만 저자가 시킨 대로 숲을 걷다 온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고 놀랐다는 것이다. 저자는 숲을 거닐며 홀로 보내는 그 몇 시간이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경험해보라고 권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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