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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암 극복 환자 일상 복귀에 사회가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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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9 21:34:56 수정 : 2016-04-30 0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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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 “전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주말에는 자진해서 요리를 하곤 해요. 요리하면서 식구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식탁도 아일랜드형으로 바꿨는데요. 아내와 두 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저녁 식탁은 노동이 아니라 ‘펀(fun)’한 일상이죠.”

빳빳하게 잘 다려진 가운을 걸쳐 입고 나온 예리한 첫인상과는 다른 따뜻한 말들이 흘러나온다. ‘요리’, ‘가정’, ‘행복’과 같은 일상적인 단어들이다. 중증의 암 환자를 주로 돌보는 의사의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가 왜 이토록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29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행정동에서 이강현(62) 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암 자체보다 극복한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출신의 이 원장은 198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비뇨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군 전역 이후 1987년부터 원자력병원 비뇨기과 과장을 지내다 이후 국립암센터 초창기 멤버로 참여했다. 국립암센터에서 전립선암센터장, 부속병원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14년 국립암센터 6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몸이 편하고, 스트레스도 적은 쪽으로 진로를 정할 수 있었지만 굳이 ‘암’ 분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원장은 “배운 게 이것밖에 없다”면서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 원장의 요즘 고민은 암을 극복한 이후 암 환자들의 삶이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29일 “암은 이제 거의 극복 가능한 수준이 됐다”며 “주변 사람과 지역 사회가 합심해 암을 극복한 환자의 자립을 위해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과거에 ‘암’은 특별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불치병’이라는 생각에 환자들이 크게 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과거보다 늘어난 이 시점 우리나라 남성 중 5명 중 2명, 여성은 3명 중 1명이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암에 맞닥뜨릴 정도로 암은 더 이상 특별한 질병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69.4%를 기록했습니다. 즉 10명 중 7명은 암 치료 이후 5년 이상 생존한다는 뜻이죠. 10년 생존율도 절반 이상을 기록했어요. 이제 암 환자 중 2명 중 1명은 암을 극복할 만큼 일상적인 질병이 됐어요.”

암이 흔해진 만큼 암 치료 기술 역시 놀랄 만큼 발전했다. 췌장암, 담도암 등 한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조기진단으로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수준이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137만명 정도의 암 경험자가 있다고 추정된다. 이는 현재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과 암 치료가 끝난 사람의 수를 합한 것으로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제 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는 이를 위해 암 환자를 대상으로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방암, 소아암 환자 등이 겪고 있는 경력·교육 기회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멘토링제를 운영하고 음악, 미술, 웃음치료 등 다양한 심리 치료 과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로 암 환자의 사회 복귀와 일상 적응을 돕는 ‘지지 치료’의 일환이다. “암 환자들은 사회·경제적인 상황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매우 위축된 상황입니다. 암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가정에서조차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주변 사람들의 ‘지지’는 이들을 세상으로 나오게 할 ‘용기’를 줄 겁니다.”

‘종양은행’ 역시 종합적인 암 연구를 위한 연구 시설이다.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의 암 조직을 전부 보관하고 있다. 이 원장은 현재 운영 중인 종양은행을 국가 암종양은행으로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원장은 “종양 은행 기반이 갖춰지면 국립암센터 연구자뿐 아니라 외부 연구자들의 연구를 위한 지원을 하겠다”며 “다른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암을 관리하고 연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암 빅데이터 구축도 추진 중이다. 국립암센터가 전국 각 지역 암센터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등이 갖고 있는 정보를 연계해 내외부의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점점 완치율이 높아지고, 연구 또한 활발하지만 이 원장은 “암은 결코 가벼운 질병이 아니다”며 예방을 당부했다.

“암 발병이 흔해졌다지만 예방만큼 좋은 치료법은 없습니다. 건강한 생활습관만 유지해도 우리나라 암 발병률의 3∼4%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로 암 예방에 노력하고, 조기 진단도 병행한다면 더 이상 암은 무서운 질병이 아닙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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