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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를 향한 이유 있는 관심

입력 : 2016-05-02 14:48:17 수정 : 2016-05-02 16: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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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제작 모호필름/용필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가 칸영화제 출정을 앞두고 2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아가씨’ 제작보고회는 박 감독과 함께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 김태리 등 배우들이 모두 참석했으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영화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아가씨’는 한국영화로서는 4년 만에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쾌거를 일궈낸 작품.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이기도 하다.

◆ 박찬욱 “속 후련한 해피엔딩, 칸이 싫어할 줄…”

이날 박 감독은 ‘아가씨’는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이채로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아가씨’는 제가 찍은 작품 중 가장 대사가 많은 영화였다. 이것은 연출자에게 매우 큰 차이를 지닌다. ‘올드보이’나 ‘박쥐’ 같은 전작들은 말보다는 행동이나 미장센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원작이 소설(사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이라 그런지 대사가 많다. 그렇다고 원작에서 가져온 것(대사)은 많지도 않았다. 애초부터 의미 있고 재치 있는 대사를 많이 쓰고 싶었다. 그러면서 일상의 말투를 벗어나야 했다. 현대극에서는 쓸 수 없는 표현들, 수사가 동원되고 멋들어지고 이중적 의미를 담은 그런 묘미가 있는 대사들을 써 보고 싶었다. 이번에 그런 기회가 왔기에 맘껏 해봤다.”(박찬욱 감독)

박 감독은 2013년 할리우드 연출 데뷔작인 ‘스토커’ 영국 시사회 당시 현지에서 사라 워터스 작가를 만나 영화의 구상에 대해 알렸다. 당시 워터스는 그의 아이디어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고, 나중에 완성된 각본을 보고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나왔다며 “제 작품은 ‘베이스드 온(based on, ~에 기반을 둔)’이 아니라 ‘인스파이어드 바이(inspired by, ~에 영감을 받은)'가 돼야 할 것 같다”고 극찬했다.

박 감독은 “솔직히 이번엔 칸영화제가 제 작품을 경쟁부문에 초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제 영화는 아기자기하고 해피엔딩인 데다, 모호한 구석도 없는 명쾌하고 후련한 작품이다. 칸영화제는 대개 찜찜하거나 모호한 게 남아 있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제 작품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쯤 초청될까 했는데 이렇게 경쟁에 진출하게 됐다. 현지에서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칸영화제 진출 소감을 밝혔다.



◆ 박찬욱의 ‘본능적 직감’으로 발탁된 신예 김태리

무엇보다 취재진의 관심은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박찬욱의 뮤즈’로 등극한 신예 김태리에게 쏠렸다. 박 감독은 신인배우 오디션을 앞두고 “노출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 노출 수위는 최고 수준으로 협의 불가능”이라는 조건을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무대 위에 등장한 김태리는 첫 공식석상이 부담스러웠는지 가뿐 숨소리를 내쉬며 본인 소개를 했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에 적응한 듯, 또박또박 질문에 답하는 당찬 패기도 보여줬다.

그는 “죽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마지막 오디션 때 감독님이 ‘너로 정했다’고 말씀하셨다. 연기하기 힘이 들 때마다 그 때 그 말을 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박 감독은 김태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본능적 직감’ 덕분이라고 말했다. “요즘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고 전제한 그는 “오디션 때 ‘이런 사람을 찾아야지’하고 이상형을 그려놓으면 안 된다. 그냥 좋은 배우, 순간적으로 영감을 주는 배우를 만나면 느껴지는 게 있다. 본능적인 직감이었다”고 말해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 ‘칸이 사랑한 남자’ 하정우 “이번엔 제대로 즐기고 오겠다”

배우 하정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 ‘추격자’ 등에 이어 ‘아가씨’까지 칸 단골손님에 이름을 올린 상태. 칸 레드카펫을 처음 밟는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사실 칸 레드카펫이 무척 편했다”고 말해 충격(?)을 자아냈다.

“운이 좋게도 칸에 여러 번 가게 됐다”고 운을 뗀 그는 “그런데 제가 칸에 갔을 땐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용서받지 못한 자’ 때는 오전에 시사회를 해서 레드카펫 분위기가 너무 썰렁했다. 그래서 굉장히 편안했고 우리끼리 기념사진 찍으며 끝이 났다. ‘추격자’ 때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이라 영화가 끝 나니 새벽이었다. 레드카펫 근처에 취객들이 많아서 부담감이나 긴장감 이런 게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번엔 기대가 된다. 처음 접해보는 레드카펫 분위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박찬욱 감독과 처음 ‘조우’한 소감도 전했다.

“박찬욱 감독님은 굉장히 정성스럽다. 영화를 향한 사랑이나 존경하는 마음이 놀랍다. 큰 자극과 배움이 있었다. 굉장히 많은 고민 끝에 대사 하나, 연기톤 하나 꼼꼼히 디렉팅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 입장에서 더 열심히 연기하고 몰입하게 됐다. 영화엔 적당한 판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은 기가 막히게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잘 어우러지게 한다. 처음엔 문어체인 대사톤에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것이 도리어 큰 무기가 되겠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졌다.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은 굉장한 영광이었다.”(배우 하정우)

영화‘아가씨’는 1930년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숙희(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 등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오는 6월 개봉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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