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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부산국제영화제와 정치논리… 이러단 국제 잔치 파국… 간섭보다 지원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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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3 20:16:04 수정 : 2016-07-01 17: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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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9월 13일 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는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영화 ‘비밀과 거짓말’이 상영됐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시작을 알린 것이다. 영화인들은 흥분했고, 국민들은 영화제를 갖게 됐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했다.

이후 20년간 부산국제영화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영화전문가들로부터 ‘꼭 필요한 영화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2172억원(2013년 기준)에 이른다고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경제·문화적으로 작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류영현 문화부장
하지만 이번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해서 영화인들과 부산시민들이 걱정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시작된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두 기관의 갈등은 감사원의 감사, 부산시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검찰 고발, 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발표로 이어졌다. 영화제 집행위는 총회 의결권을 갖는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대거 위촉했고, 부산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이 부산시의 손을 들어주자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9개 영화 관련 단체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영화제 참가 거부로 맞섰다.

여기까지가 부산국제영화제 파행과정이다.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떻게 될까.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제는 조만간 정치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남에 기반을 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한 당선자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된다 해도 내년이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우리 정치일정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내년이면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고,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투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게 될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부산시민에게’라거나 ‘영화인에게 돌려주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일부 대권후보들은 이를 선거공약에 포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2018년 6월이면 제7회 전국지방선거가 있다. 이번에는 부산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예비후보들이 정치적 해결을 도모할 것이다. 부산시민들도 경제 유발 효과나 문화 발전을 도외시하지 말라며 ‘영화제 정상화’를 요구하게 된다. 이쯤 되면 서 시장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다. 부산시와 서 시장은 19대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논리로 ‘뱀 꼬리 자르듯’ 은근슬쩍 물러서게 된다. 중앙집권제 성격이 강한 우리 정치상황으로 볼 때 지방자치단체나 단체장이 대선후보의 주장을 어기는 경우를 아직은 보지 못했기에 가능한 추론이다.

역설적으로 정치인 출신인 서 시장이 이 같은 예상이 맞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문화지원 원칙이 대선 공약이나 정치논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부산시와 서 시장은 지금 당장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내일이면 늦다.

류영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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