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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린보이 금빛물살 리우서 볼 수 있을까

입력 : 2016-05-03 18:00:40 수정 : 2016-05-03 23: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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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약물 사용’ 박태환 이중처벌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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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린보이’ 박태환(27)은 과연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인가. 박태환이 지난 2일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면서 그의 출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단 여론은 박태환 편이다. 이미 그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만큼 올림픽 출전까지 막는 것은 과도한 이중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참가를 놓고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0.9%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21.7%에 불과하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연령층에서 ‘찬성’ 의견이 대다수로 나타난 가운데 60세 이상(82.8%)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76.9%), 40대(74.2%), 30대(63.2%), 20대(52.3%) 순이다.

여론은 대부분 FINA의 징계 만료 후에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이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선수를 ‘이중 처벌’까지 하면서 올림픽 출전을 막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쇼트트랙의 안현수처럼 더러운 헬조선을 떠나 외국으로 귀화해라. 그곳에서 영웅으로 환생하라”, “대한체육회 너희는 국민에게 희망을 준 적 있는가. 감히 박태환에게 돌을 던지느냐”며 대한체육회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2일 “박태환이 국가에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읍소했다. 유 시장의 전면 등장으로 사안이 정치권까지 번지며 새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유 시장은 과거 13개월 동안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을 지내 체육계 안팎의 사정에 밝은 편이다.

이처럼 박태환을 올림픽에 내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은 그가 여전히 메달권에 근접한 세계적인 기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지난달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시즌 세계랭킹 4위의 기록으로 우승하는 등 4관왕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A기준 기록을 넘어서는 발군의 실력이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충분하다. 더구나 외국선수를 한국선수로 귀화시켜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마당에 이런 세계적인 선수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은 큰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이 지난 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완강하다. 박태환 한 명을 구제하기 위해 원칙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위원장 홍성표 전 대전시교육감)는 박태환이 동아 수영대회에 출전하기에 앞서 지난달 6일 회의를 열어 “박태환이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그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규정 개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표선수 선발 규정을 2014년에 만들었는데 특정 개인을 위해 규정을 개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정위는 “스타 선수라고 특별 대우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무관용 원칙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밝히고 있다. 원칙을 지키겠다는 대한체육회의 이런 입장을 무턱대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한체육회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박태환은 현재로서는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박태환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박태환이 승소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대한체육회에 있다. CAS의 결정은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가 CAS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결국 박태환이 리우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선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스포츠 공정위의 규정을 바꾸는 게 유일한 수단이다. 다만 박태환을 리우에 보내자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만큼 체육회는 다음주에 경기력 향상 분과위원회를 열어 국가대표 수영선수 명단을 추천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태환의 선발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박태환이 FINA의 혹독한 징계를 끝내고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는 여전히 깜깜한 터널 속에 갇혀 있다. 대한체육회가 과연 그를 터널에서 꺼내줄지 주목된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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