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에서 동물약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신덕선(49)씨는 매일 오전 8시면 교통봉사를 위해 어김없이 연천 전곡초등학교 앞에 나타난다. 신씨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당시의 자녀는 이 학교 5학년과 1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커 각각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신덕선씨(왼쪽)가 지난 2일 어린이날을 맞아 우종수 전곡초교 교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
전곡초 관계자는 “처음 부임한 교사들은 신씨가 경찰인 줄로 안다”면서 “아이들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활동을 해주신다는 걸 뒤늦게 알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학교 연간 수업 일수가 190여일 정도 되는데, 매일 한 시간씩 10년으로 계산하면 거의 2000시간을 교문 앞에 서서 보낸 셈이다. 그러나 신씨의 봉사활동은 자원봉사시간에 집계되지도 않고 소위 ‘폼나는 일’도 아니다. 비 오는 날이면 우비를 입고 쫄딱 비를 맞아야 하고, 초등학생들에게 만만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지난 2일 우종수 전곡초 교장이 어린이날을 맞아 신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게 이제까지 활동에 대한 보상의 전부라면 전부다. 그런데도 그는 늘 싱글벙글한다. 매일같이 아이들 얼굴을 마주하면서 ‘홍반장’역할까지 자원한다.
어린이들이 “아저씨, 준비물 까먹고 안 가져왔는데 1000원만 빌려 주세요”라거나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휴대폰 좀 쓸게요”라는 등 여러 가지 부탁을 하는데도 흔쾌히 들어준다.
최근 청소년 선도활동을 하는 법무부 법사랑위원(연천지구)까지 맡은 신씨는 “우리 사회 높은 사람들이 먼저 앞장서 솔선해 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더 성실히 살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송동근기자 sd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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