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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교문앞 출근 ‘어린이 등굣길 지킴이’

입력 : 2016-05-04 20:58:30 수정 : 2016-05-04 20: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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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교통정리 봉사 신덕선씨 / 차·아이 엉켜… 사고 걱정 돼 시작 / 2007년부터 2000여 시간 지켜… 전곡초, 어린이날 맞아 감사패 “잠깐만 해볼까 하는 생각에 교문 앞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7년 4월이니까 벌써 10년이 됐네요.”

경기도 연천에서 동물약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신덕선(49)씨는 매일 오전 8시면 교통봉사를 위해 어김없이 연천 전곡초등학교 앞에 나타난다. 신씨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당시의 자녀는 이 학교 5학년과 1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커 각각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신덕선씨(왼쪽)가 지난 2일 어린이날을 맞아 우종수 전곡초교 교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신씨는 4일 “동네에서 젊은 사람으로서 아주 작은 변화라도 있을까 해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면서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이제는 사명감으로 ‘출근’을 한다”고 말했다. 연천에는 학교가 많지 않아 부모의 차를 타고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이 때문에 교문 앞은 항상 차와 아이들로 뒤엉키기 일쑤다. 그는 “학부모들이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본다고 대놓은 차에 정작 아이가 가려져 사고가 날 뻔한 것도 자주 봤다”며 “그런데 처음에는 ‘아저씨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는 욕을 더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전곡초 관계자는 “처음 부임한 교사들은 신씨가 경찰인 줄로 안다”면서 “아이들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활동을 해주신다는 걸 뒤늦게 알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학교 연간 수업 일수가 190여일 정도 되는데, 매일 한 시간씩 10년으로 계산하면 거의 2000시간을 교문 앞에 서서 보낸 셈이다. 그러나 신씨의 봉사활동은 자원봉사시간에 집계되지도 않고 소위 ‘폼나는 일’도 아니다. 비 오는 날이면 우비를 입고 쫄딱 비를 맞아야 하고, 초등학생들에게 만만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지난 2일 우종수 전곡초 교장이 어린이날을 맞아 신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게 이제까지 활동에 대한 보상의 전부라면 전부다. 그런데도 그는 늘 싱글벙글한다. 매일같이 아이들 얼굴을 마주하면서 ‘홍반장’역할까지 자원한다.

어린이들이 “아저씨, 준비물 까먹고 안 가져왔는데 1000원만 빌려 주세요”라거나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휴대폰 좀 쓸게요”라는 등 여러 가지 부탁을 하는데도 흔쾌히 들어준다.

최근 청소년 선도활동을 하는 법무부 법사랑위원(연천지구)까지 맡은 신씨는 “우리 사회 높은 사람들이 먼저 앞장서 솔선해 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더 성실히 살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송동근기자 sd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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