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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아이슬란드] 황량한 초원·웅장한 협곡… 태초의 지구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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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6 11:00:00 수정 : 2016-05-05 17: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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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골든서클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높이 치솟은 용암 절벽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잘 정비된 하이킹 코스를 따라 산책하다 보면 의장의 단상으로 사용되었던 유적과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들어선 협곡을 만난다.
레이캬비크의 도심 속 호텔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아이슬란드에서 맞이한 다른 날처럼 조용하다. 지난밤 늦게까지 이어진 관광객들의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커튼을 젖히니 지평선에 낮게 걸쳐 있는 태양보다 도시 불빛이 더 환하게 거리를 비췄다. 아직 충분히 밝지는 않지만 레이캬비크 주변을 관광하기 위해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들로 주차장이 북적이고 있다.

레이캬비크에서 가장 유명한 당일 코스 여행은 골든서클 투어. 아이슬란드 최고 관광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을 거쳐 웅장함으로 가득한 굴포스(황금폭포)와 거대한 간헐천이 유명한 게이시르까지 둘러보는 관광코스를 말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꼭 가봐야 할 관광코스인 만큼 레이캬비크에서 많은 여행사가 8∼9시간이 소요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왹사라강을 관광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높이 치솟은 용암 절벽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잘 정비된 하이킹 코스를 따라 산책하다 보면 의장의 단상으로 사용되었던 유적과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들어선 협곡을 만난다.
레이캬비크에서 북동쪽으로 승용차로 45분쯤 달리니 첫 목적지인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높이 솟은 용암 절벽이 앞을 가로막으며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싱크베틀리르는 930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회인 ‘알싱기’가 열린 협곡이다. 
이후 이곳에서 1798년까지 매년 알싱기가 열리면서 아이슬란드법이 만들어지고 분쟁이 해결됐다. 고다포스(신들의 폭포)에 북유럽 신화의 신상들이 던져진 사건으로 잘 알려진 1천년 전의 기독교 국교 선포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 내 왹사라강과 호수 전경.

협곡 사이로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당시 의회의 의장이 단상으로 사용했던 유적이 남아 있다. 과거에 사형장으로 사용된 왹사라포스도 자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 같은 의미를 살려 192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200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물론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이 유명한 것은 역사적 의의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지구의 속살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특유의 황량한 초원을 보여주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판과 북미 대륙판이 이동하며 만들어낸 균열로 해저산맥이 땅 위로 노출되면서 협곡을 형성하고 있다. 또 두 대륙판이 벌어지면서 대지의 갈라진 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이슬란드 해저에서는 이 틈이 매년 2㎝씩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동전균열’이라는 뜻을 가진 페닝가갸우가 아이슬란드판 트레비분수 역할을 하고 있다. 여행객들의 소원을 담은 동전들이 맑은 물결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1859년 노르웨이 왕이 선사한 목재로 만든 싱크베틀리르 교회. 교회 옆에는 국립묘지와 농장이 있다. 현재는 대통령의 여름별장이며 주말에는 결혼식 장소로 쓰인다.

협곡에서는 싱크베틀리르 교회가 내려다보인다. 1859년 노르웨이 왕이 선사한 목재로 만든 아이슬란드 최초의 교회다. 그 옆에는 국립묘지와 커다란 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농장은 1930년 알싱기 설립 1000년을 기념해 지어졌으며, 현재는 대통령의 여름별장이자 주말에는 결혼식 장소로 애용된다.
스트로쿠르 간헐천이 숨을 토해내는 순간 관광객들이 환호하며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에서 동쪽으로 50여분을 달리면 지구의 숨구멍 같은 간헐천 지역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간헐천은 게이시르다. 19세기 초까지 60∼80m의 물기둥을 3시간에 한 번씩 쏘아올렸다. 하지만 1916년 이후 활동을 멈춘 후 산발적으로 분출하기 때문에 실제로 분출 장면을 보기는 쉽지 않다. 대신 스트로쿠르(Strokkur) 간헐천이 5분여 간격으로 물기둥을 뿜어낸다. 
구멍의 수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은 마치 지구가 숨을 쉬는 듯이 느껴진다. 한껏 부풀었던 수면은 고래가 물을 뿜듯 세차게 솟구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반복되는 단순한 움직임이지만 몇 번을 지켜봐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간헐천 지역의 웅덩이에서 칙칙거리는 소리를 내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간헐천 지역은 거대한 지열지대여서 사방에 퍼져 있는 수십 개의 웅덩이에서 수증기를 뿜어내고 유황 냄새가 난다. 뿜어져 오르는 물줄기의 신기함을 제외하면 원시대지의 척박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악의 제왕 ‘사우론’이 다스리는 죽음의 땅 ‘모르도르’도 이곳을 보고 묘사되었다고 한다.

간헐천 지역에는 게이시르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호텔은 숲속에 오두막 형태로 넓고 멋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투숙하지 않는 관광객도 식사와 쇼핑을 하기 위해 들를 수 있다. 늦은 점심으로 식사를 하고 식당과 연결된 쇼핑센터에 들렀다. 이곳의 유명한 브랜드인 게이시르의 울 양말을 기념으로 사기 위해서다. 자연환경 탓인지 한국에서 보는 섬세한 울 제품이 아닌 거칠고 두꺼운 긴 양말들이 진열돼 있다. 이들에게는 일상용이지만 내게는 겨울 등산용이다.
아이슬란드어로 ‘황금폭포’라는 뜻의 굴포스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폭포다. 약 40㎞ 북쪽의 랑외퀴들 빙하에서 흘러나온 빙하호가 원천이며, 폭포 위로 비치는 햇살이 수많은 물방울을 머금고 예쁜 무지개를 만든다.

마지막 일정은 게이시르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거대한 폭포 ‘굴포스’다. 굴포스는 상부 약 11m와 하부 약 21m 등 2단으로 이루어진 빙하폭포다. 약 40㎞ 북쪽의 랑외퀴들 빙하에서 흘러나온 빙하수가 용암층 위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져 내린다. 폭포 위로 햇살이 비추면서 하얀 물줄기는 금빛으로 반짝인다. 주변의 무지개와 어울리며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굴포스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대표적인 폭포다. 20세기 초 이곳에 수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한 외국인 투자자가 폭포 일대를 매입하려고 했으나 한 여인이 폭포에 투신하겠다고 호소해 계획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 후 국가가 사들여 관광지로 만들었다. 아이슬란드인의 자연보호 정신을 상징하는 곳이다. 입구 주차장에 있는 방문자센터 앞부터 관광객과 대형 버스로 북적인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 이렇게 많은 버스를 본 적은 처음일 만큼 유명한 관광지임을 새삼 느낀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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