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김지숙·이소연은 이날 창극단을 더 알리기 위해 평소보다 곱게 화장하고 원피스를 차려입었다. 두 사람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 대해 “이 극은 생각하면 할수록 더 야한 게 매력”이라며 “‘기물가(己物歌)’에서도 ‘쌍걸랑을 달고’ 이러는데 처음엔 쌍걸랑이 뭔지 모르지만 뜻을 알면 재미가 새록새록하다”고 했다. 하상윤 기자 |
“가사를 듣는 재미가 있고, 전통적 색채가 잘 묻어나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무대·영상이 현대적이라 젊은 층도 끌리는 듯해요.”(이소연)
이 작품은 외설적이어서 불리지 않던 변강쇠타령을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통념과 달리 무대 위 옹녀는 단순한 색녀가 아니다. 강하고 현명하고 품위 있다. 야한 대사도 교태 없이 덤덤하게 처리한다. “냇물가에 물방안지 떨구덩 떨구덩 안녕하슈. 고뿔에 걸렸는가. 마알간 콧물 찔끔하니” 하고 변강쇠의 성기를 묘사할 때조차 표정은 진지하다. 이소연은 “고선웅 연출이 대사를 감정이 없는 것처럼 뱉으라고 주문해 처음에 혼란스러웠다”며 “섹시한 인물이라고 노출하거나 몸을 비비 꼬지 않고 관객이 상상할 여지를 주려는 의도 같다”고 했다. 김지숙은 “옹녀는 색만 밝히는 게 아니라 지고지순 현모양처에 생활력 있는 여성”이라고 전했다.
“저희가 최대한 한 건디 더 이상 기생처럼 안 나오면 안 되는디요. 소연이는 창극단에서 목소리가 제일 섹시한 배우인디, 누구를 시켜도 이 이상 안 나와요.”(김지숙)
이소연도 초등학교 5학년 말부터 시작해 대학 때까지 뜨뜻미지근하게 소리를 배웠다. 판소리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붕어빵을 사주며 ‘한번 배워보라’고 했다. 중학생 때는 대회 출전을 위해 친구들과 달리 머리를 기르다 보니 “나도 머리를 자르고 촌스러운 판소리도 안 하고” 싶었단다. 인생의 전환기는 대학 3학년 때였다. 소리를 진득하게 배워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입학했다. 국립창극단에는 3년 전 들어왔다.
“창극단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잘 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니 제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았어요. 다른 걸 찾아야하지 않나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새로 뭘 하는 게 두려워 힘든 때였는데, 옹녀가 저한테 희망의 끈을 줬달까요. 나도 조금은 더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긴 했는디, 어찌 목이 노상 쉬어싸서. 하하. 저한테 희망을 준 감사한 작품이에요.”
서로의 옹녀를 평해 달라고 했다. 이소연은 김지숙에 대해 “농염하고 농익다”며 “카리스마 있고 의지가 강하고 강단 있는, 자기 뜻대로 삶을 헤쳐나가는 옹녀”라고 했다. 김지숙은 “목소리 자체가 섹시하다”며 “만들어놓지 않아도 딱 연출이 원하는 옹녀 캐릭터”라고 맞받았다. 이어 “소연이는 힘과 연기력이 있고, 모든 걸 센스 있게 잘한다”며 “소리하는 사람은 목을 타고 나야 하는데 청아하고 높은 성음으로 잘 타고났다”고 치켜세웠다.
“커튼콜할 때 계속 기립박수가 나왔어요. 더 놀란 건 외국말로 노래하니 반응이 별로 없을 줄 알았거든요. 관객이 웃음 포인트마다 웃어서 깜짝 놀랐어요. 마지막 날 공연하고 뒤풀이를 가려고 나왔는데 관객들이 엄지를 세우며 ‘마담 옹’ 하더라고요. 계속 박수 쳐주고 너무 좋았다고 했어요.”(김지숙)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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