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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 제보로 시작된 조영남 '대작' 의혹…논란 확산

입력 : 2016-05-17 15:54:48 수정 : 2016-05-17 16: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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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기죄"…조영남 "도의적 책임 느끼나 미술계 관행"
'화개장터', '딜라일라' 등의 곡으로 널리 알려진 가수이자 화투, 트럼프 카드, 바둑판 같은 색다른 소재를 활용한 미술 작품을 선보여 화가로서도 명성을 쌓은 조영남(71)이 '대작'(代作) 논란에 휩싸였다.

조 씨의 작품을 대신 그렸다는 60대 남성의 제보를 받은 검찰이 조 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조 씨 측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린 작품은 극히 일부"이며 조수를 두고 작업하는 것은 "미술계 관행"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조 씨의 이런 주장에 미술계 안팎에서 논란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 60대 무명작가 검찰에 대작 제보…검찰 "사기죄 적용"

사건의 발단은 조 씨의 작품을 대신 그렸다고 주장하는 무명 화가 A씨(60)가 검찰에 조 씨의 대작 사실을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속초에 거주하는 A씨는 자신이 상당수 그림을 그려 조씨에게 건넸는데 조 씨가 이를 조금 손을 본 뒤 사인하고서 전시·판매해 수익을 챙겼다는 주장을 펼쳤다.

A씨의 제보를 받은 춘천지검 속초지청이 조 씨의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등 3~4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까지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조 씨가 다른 사람이 그린 작품을 자신의 것처럼 판매했다는 점에서 사기죄를 적용키로 하고 대작 작품의 수와 판매량, 판매액 등을 보다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 씨는 그러나 A씨의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A씨는 조 씨의 그림 수백여점을 대신 그렸으며 조 씨가 이를 전시 또는 판매해 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씨는 17일 오후 연합뉴스와 만나 이런 A씨의 주장에 대해 "6개월에 한번씩 전시를 열 때 대중이 좋아한 일부 작품에 한해 조수와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화투 작품에서 조수의 기술이 들어간 건 인정한다"면서 "내가 비슷한 패턴의 작품을 여러 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혼자 작업하는데 바쁠 때는 조수를 기용했고 함께 하는 사람이 3~4명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그린 그림을 판매해 수익을 남겼다는 주장과 달리 A 씨의 도움을 받은 작품은 한점도 판매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조 씨의 소속사인 미보고엔터테인먼트 장호찬 대표는 "A씨의 도움을 받은 작품은 극히 일부"이며 "조영남 씨가 지난 3월 개인전을 앞두고 스케줄이 많아 욕심을 부린 부분이 있지만 몇 점 되지 않으며 A씨가 밑그림에 기본 색칠 정도를 해서 보내주면 다시 손을 봤다"고 설명했다.



◇ 조영남 "미술계 관행" 해명에 비난 여론 증폭

조 씨의 대작 의혹은 이를 미술계 관행으로 봐야하는지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조 씨가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내외 작가들 대부분이 조수를 두고 작품활동을 하며 이는 미술계 관행이라는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문화비평가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된 관행"이라고 조 씨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듯한 글을 올리면서 미술계 안팎에서의 시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선 조 씨의 발언에 "조 씨 그림을 수천만 원씩 주고 산 사람들도 있는데 사기당했다", "나도 미술 전공자지만 저런 관행은 없다"는 둥 의견이 분분하다.

미술계에선 '관행'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조 씨 측 주장처럼 문하생을 두고 작품에 도움을 받거나 협업 형태로 다른 작가와 함께 작품을 하는 사례가 있다는 측면에서 관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간 이러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자신이 직접 그리는 것처럼 비춰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

전시기획자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관행이라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세계적인 작가인 데미언 허스트는 자기 모작을 사들여 그 위에 자신이 다시 사인을 해서 팔기도 했다"면서 "다만 이런 행위를 어느 정도 오픈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수를 이용한 대작이 미술계의 오랜 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 "작가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판례를 검토한 결과 작품은 개성과 실력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더라도 저작권이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유명 화가 중에 조수를 두고 그림을 그린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술계 관행"이라는 표현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조 씨는 "내가 말한 관행이란 여러 유명 미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걸 말한다. 남이 그린 작품을 판다는 게 관행이란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인정할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실이 아닌 부분은 바로잡겠다"며 "이런 논란이 인데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 '화투 작가'로 가수 못지않은 명성 쌓아

조 씨는 가수로 더 널리 알려졌지만 화가로서도 4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1973년 첫 개인전을 연 후 지금까지 40여차례 이상 개인전 및 단체전을 열고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종합 예술인'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대중에 익숙한 '화투장 그림'이 조 씨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화투를 각양각색의 그림에 활용한 그의 작품을 놓고 '예술을 조롱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지만 미술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점에서 호평도 이어졌다.

그는 화투장 외에도 트럼프 카드나 바둑판, 코카콜라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즐겨 사용했다.

조 씨의 전시회가 매번 화제를 모으면서 그의 작품이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에 거래되며 상업적 성공도 거뒀다.

지난해 5월에는 학력 위조 및 변양균 당시 대통령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44) 씨와 손잡고 전시회를 열어 또한번 화제를 모았다.

그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3월에도 서울 통의동 소재 갤러리 '팔레 드 서울'에서 한 달가량 개인전을 열어 작품 50여점을 선보였다. 이번에 대작 논란이 불거진 작품 중 6점이 이 전시회에 내걸렸다.

조 씨측은 "이 전시회를 앞두고 압박감에 일부 작품을 A씨에게 의뢰했다"면서도 "그러나 A씨가 그린 그림 11점 중 6점만 전시했으며 6점 모두 판매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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