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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우유에 하늘색 풀어놓은 듯… 온천서 '따뜻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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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0 10:00:00 수정 : 2016-05-19 21: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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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아이슬란드] 〈9〉 아름다운 블루라군
블루라군 노천 수영장에서 용암이 굳은 바위에 생기는 하얀 진흙 실리콘을 피부에 바르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아이슬란드 여행 막바지다. 몸이 적응한 덕인지 아침이 가볍다. 여행은 항상 그랬다. 마음도 몸도 평안하고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유난히 활기차다.

마지막 여정으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문화와 삶이 녹아 있다는 온천에서 몸을 풀기로 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블루라군에서 하루를 쉬기로 했다. 워낙 인기 있는 관광지인 데다 입장인원이 제한돼 있어 미리 예약해야 한다.
화산지대에 위치한 블루라군에는 지열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레이캬비크에서 39㎞ 떨어진 블루라군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대표적인 온천이다. 1976년 스라르츠엔기 지열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온천수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온천장의 면적만 5000㎡. 해마다 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해수 온천이다.

블루라군은 특히 지열을 이용한 미래발전을 상징하는 곳이다. 지열발전을 통해 청정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한편 그 시설을 이용해 대규모 휴양지까지 만들었다. 아이슬란드에는 이곳과 같이 개발할 수 있는 지열이 무한한 상태라고 하니 천연자원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레이캬비크에서 한 시간여를 달리니 검은 화산지대에 위치한 호텔이 보인다. 호텔에 짐을 풀고 수영복을 챙겨 호텔 셔틀을 타고 블루라군에 도착했다. 걷기에는 무리인 거리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건물 입구로 들어가 안내에 따라 라커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문을 열고 나서니 푸른색이 감도는 우윳빛 온천이 펼쳐져 있다.
푸른색이 감도는 우윳빛 블루라군. 유황과 다양한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수가 2000m 지하에서 끌어 올려져 공급된다.

따뜻한 물에 차가운 몸을 담그니 우유와 진흙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질감이 따듯함과 함께 온몸을 감싼다. 물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색깔은 물속에 녹아 있는 다량의 실리카 때문이다. 실리카는 용암이 굳은 바위에 생기는 하얀 진흙인데 실리콘(규소)과 산소의 천연화합물로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온천장 곳곳 나무박스에 담겨져 있다. 마다할 이유 없이 양손 가득 떠 얼굴과 몸에 바른다. 푸른 물에 하얀 얼굴이 둥둥 떠다닌다. 잠시 후 온천수로 씻어내니 벌써 효과가 있는지 피부가 한결 매끈해진 느낌이다. 다만 머리카락에 묻으면 굳고 퍼석퍼석해진다고 하니 온천수에 머리를 담그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프라이빗 라군의 뿌옇게 피어오르는 푸른 물의 온도는 섭씨 40도로 차가운 바깥 공기와 어우러져 노천 온천의 진수를 보여준다.

블루라군은 공항과 레이캬비크에서 가깝다 보니 아이슬란드 여행의 시작이나 마지막에 들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시작보다는 마지막에 들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동안 둘러 본 아이슬란드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기에는 이곳보다 좋은 곳이 없다. 우유 빛깔 온천에 몸을 담근 채 꿈 같았던 여행의 피로를 씻고 새로운 삶에 대한 활력을 얻기에 제격이다. 아이슬란드인들 역시 하루 일과의 마지막을 온천에서 보낸다고 한다.

지표 열기로 데워진 온천수로 곳곳에 노천 온천과 노천 수영장이 만들어진 덕택이다. 온천은 휴식처이자 사랑방이자 마을회관이다. 따스함에 몸을 녹이며 하루의 힘든 피로를 씻어내며 동료, 가족, 지인과 함께 삶을 공유한다. 이곳은 이들에게 문화와 삶의 중심이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장소이다.
블루라군에서 바라본 석양. 블루라군의 푸름과 오렌지빛의 하늘이 어우러진다.


꿈 같았던 지난 10여일을 되돌아본다. 링로드를 따라 남부 해안에서 동부 빙하지대로, 다시 북부에서 서부로. 아이슬란드는 얼음과 불의 나라였다. 빙하와 화산은 곳곳에 아름다운 호수와 폭포를 만들어냈다. 외계의 행성인 듯, 지구의 심장인 듯, 모습을 바꾸어 가며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었다. 그 장엄한 경이로움 앞에 그저 감탄하면서 지나온 일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친 자연에 맞서면서도 아름다운 문화를 이뤄가는 아이슬란드인들의 삶에도 깊이 감동한 여행이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지구가 데워준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끝없이 내리는 눈을 맞는다. 또 함께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로 가득하다. 아이슬란드가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도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른 새벽 공항으로 가기 전 호텔 창밖 전경. 창 너머 블루라군의 지열발전소가 보인다.

자연 그 자체만으로 경이로운 나라, 빙하와 화산이 빚어낸 수많은 절경, 그리고 척박한 얼음과 불의 땅을 일구어 가는 아이슬란드인들까지. 지구 반대편의 도시인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새벽녘 공항으로 가는 길. 화산재 너머 동이 트기 시작한다.

온천수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아이슬란드여 안녕’이라고 속삭여 본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여행을 그려본다. 지구에서 가장 크며 빙하로 뒤덮인 섬, 그린란드가 목적지이다. 그린란드에서는 또 어떤 지구가 나를 맞을 것인가. 블루라군 온천수의 영향인지 오랜만에 쉽게 깊은 잠에 빠져든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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