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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개벽한 듯… 격변의 중국 되돌아보다

입력 : 2016-05-21 02:00:00 수정 : 2016-05-20 21: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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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지음/이욱연 옮김/문학동네/1만3500원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위화 지음/이욱연 옮김/문학동네/1만3500원


중국의 중견 작가 위화(56)는 중국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서유럽이 400년여 동안 겪었을 파란만장한 변화를 중국인은 불과 40년 만에 겪고 있다는 것. 이런 극단적 격변을 ‘천양지차(天壤之差)’라 한다. 문혁 기간 동안 유년기를 보낸 그는 지금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허우적대는 중국을 목도한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의 삶에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존재한다.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평균 소득은 세계 하위권인 나라가 중국이다. 조 단위의 돈을 움켜쥔 거부와 한 달 생활비 100위안으로 허덕대는 농공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다.

저자는 “최근 40여 년 동안 중국인의 심리 변화는 사회 변화만큼이나 대단했다”면서 “사회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고 난 뒤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상하이 푸둥 금융가의 고층빌딩들과 상하이의 번영을 나타내는 와이탄의 야경이 화려하다. 중국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중국의 지식인 사이에서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위화는 한국에서 사랑받는 중국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지난 19일 방한해 기자들에게 이 책의 출간을 알렸다. 책은 중국 격변의 시대를 나름의 통찰력으로 풀이한다. 그러면서 마오쩌둥 시대 대약진, 문혁 등의 극단의 시대에서 21세기 시장경제라는 또하나의 극단의 시대로 가고 있는 ‘기형적인’ 중국을 묘사한다.

“30여 년 전 문화대혁명 후반기 때였다. 난 아직 중학생이었다. 당시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말을 나누지 않았다. 아무리 말을 하고 싶어도 차마 그러지를 못했다. 상대방을 좋아하더라도 그저 몰래 눈으로만 쳐다볼 뿐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 여학생들은 교복 입고 낙태 수술을 받는다. 신문에 이런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한 여중생이 교복을 입고 병원에 가서 낙태 수술을 받는데 의사가 수술 전 가족 서명을 받아오라고 하자 교복을 입은 남자 중학생 네 명이 에워싸고는 서로 앞을 다투면서 먼저 서명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중국은 지금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댜오위다오 분쟁이 적당한 사례 같다. 일본이 자국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중국인을 분노케 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인이 중국 역사를 대하는 태도도 의문스럽다. 2009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기간에 우리 정부는 백년 중국 전시회를 열었는데, ‘대약진운동’이나 ‘문혁’은 빠져 있었다.”

저자 위화는 격변의 중심에 있는 중국의 현실을 냉철한 시선으로 위트와 해학을 가미해 풀이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저자는 티베트 문제에서도 시각을 드러낸다. “중국인으로서 나는 달라이 라마가 주장하는, 형식만 다를 뿐 실제로는 독립인 자치 주장을 받아들일 순 없지만, 우리 언론이 달라이 라마를 악마로 만드는 것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엇갈린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집에서 저녁참에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북한 축구팀 선수 네 명이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팀 책임자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이 느긋하게 답했다. 기자들더러 경기 전에 직접 사람 수를 세어보라는 것이었다(도망친 선수가 없다는 의미). 이 책임자는 ‘서구 언론은 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뜬구름을 잡는다’고 불평했다. 이 점은 나도 진즉 알고 있었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북한 국민이라면 나는 도망칠까? ”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해프닝도 있다. 저자는 남아공 월드컵을 관람하고 의기양양하게 100위안짜리 부부젤라를 사왔다. 뒤늦게 그 부부젤라가 실은 메이드인 차이나이며, 중국에서는 2위안 60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중국의 GDP는 100위안을 지불하고 10위안을 받는 GDP라고 자조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는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유 방식과 생활 방식, 세계관과 가치관도 천지가 개벽하듯이 변하고 있다. 저자의 얘기다. “과거의 윤리 도덕은 사그라들었다. 이익과 금전의 인생철학이 혁명의 인생철학을 대체했다. 예전에 ‘사회주의의 풀을 뜯어먹을지언정 자본주의의 싹은 먹지 않겠다’는 유명한 구호가 있었다. 지금은 그 ‘풀과 싹’을 동시에 먹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어떤 것이 자본주의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사회주의적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결론에서 “우리는 모두 환자라고 할 수 있고, 모두 건강하다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두 극단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화는 1994년 발표한 ‘인생’이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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