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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경제민주화’ 주장… 시장만능주의자 아니다

입력 : 2016-05-21 02:00:00 수정 : 2016-05-20 19: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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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배 지음/중앙books/1만6000원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에서 찾은 자본주의 문제와 해법/김근배 지음/중앙books/1만6000원


금융위기, 소득 불평등, 금수저 논란, 청년 실업 등은 자본주의 경제의 잘못된 생산물이다. 앞으로 2∼3년 내 경제 혼란이 닥칠 것이란 예측도 많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1723∼1790)는 이미 200여 년 전 이를 예견하고 해법을 내놓은 사람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이런 선견지명의 애덤 스미스를 곡해하고 있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본래 의도를 전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조정된다’면서 정부의 간섭 없이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현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 이론을 가져다 쓰면서 곡해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잘못 전해진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11가지로 나눠 조목조목 풀이한다.

애초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당시 영국의 중상주의가 정치적, 경제적 약자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폐기하라고 촉구한다. 국민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가 잘 살아야 부강한 나라이며, 그것이 진정한 국부(國富)라고 했다. 그러러면 정부의 자연스러운 개입과 부의 자연스러운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아마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도 저서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스미스의 사상이 자유방임주의나 시장만능주의로 왜곡됐다고 개탄한 바 있다.

저자에 따르면 국부론의 ‘보이지 않는 손’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앞선 저작인 ‘도덕감정론’을 먼저 살펴야 한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대지를 소수의 귀족 지주들에게 나눠주면서 분배에서 제외됐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망각하지도, 버리지도 않는” 조치 즉, ‘신의 섭리’를 강조했다. 도덕감정론은 배려, 동감, 공감을 다루는 심리학 책에 가깝다. 도덕감정론은 1759년, 국부론은 1776년 출간됐다. 따라서 도덕감정론이 토대이고, 국부론은 각론에 해당한다. 종합하면 스미스는 자연스러운 분배의 개념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기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흔히 애덤 스미스를 시장 만능주의자, 혹은 보수주의자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는 역사를 현재적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데서 초래된 오해라는 것. ‘국부론’이 쓰인 당대에는 오늘날 같은 경제적 자유가 그리 흔치 않았던 시대였다. 동업조합법, 도제법, 거주법과 같은 악법이 경제 약자들의 자유를 제약했다. 스미스는 이를 철폐하여 대다수 국민에게 경제적 ‘자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자유란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신의 이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자유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스미스는 이미 ‘경제민주화’, 다른 말로 하면 ‘포용적 경제제도’를 주장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의미에서 ‘국부론’은 현재 한국 사회에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 말한다. 특히 미국과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고 있는 지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열공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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