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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10년 우정, '골수이식'을 빼고는 말할 수 없는 우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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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4 14:27:01 수정 : 2016-05-24 14: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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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우정을 쌓은 세 친구가 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백혈병에 걸렸다. 다행히 골수 이식으로 완치했지만, 또 다른 친구에게 병마가 덮쳤다. 이번에는 악성 림프종이다. 다행히 병을 이겨냈다.

두 친구를 보며 괴로워하던 한 청년은 비슷한 처지의 이에게 도움이 되고자 골수 기증자로 등록했다. 그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한 사람을 구했다. 이들이 비슷한 병에 걸리고, 누군가에게 기증자가 될 확률을 따지면 1조분의 1이라고 외신들은 말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로 잉글랜드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미러에 따르면 잉글랜드 데번에 사는 아이단, 해리 그리고 조지(이상 19세)에게 우정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홉 살 때부터 서로를 알고 지냈으니, 10년 동안 우정을 쌓았다. 몸을 부대끼며 깊어진 우정은 어떠한 세상 풍파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한 방어막이 됐다.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열네 살이던 지난 2011년, 아이단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백혈구 수치가 치솟았다. 의료진은 재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아이단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단은 “몇 달간 몸이 좋지 않았다”며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 집에 오는 내내 자전거도 탈 수 없었고 호흡도 가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도 심하게 아팠다”며 “백혈병 진단이 내려진 후에도 긍정적 생각을 유지했지만, 부모님께서는 가슴 졸이셨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화학치료에도 아이단의 상태는 악화했다. 의료진은 골수 이식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맞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단의 누나가 조직 테스트를 받았지만, 맞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리와 조지도 검사를 받기 원했으나, 어리다는 이유로 병원은 거절했다.

이듬해 독일에서 아이단과 조직이 일치하는 골수 기증자가 나타났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는 19세. 아이단은 청년의 골수 이식 덕분에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 아이단은 2012년 4월에 퇴원했다.



이럴 수가. 이번에는 해리의 차례였다. 아이단 퇴원 몇 달 후, 해리는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이는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림프계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질환이다.

해리는 눈앞이 캄캄했다. 병상에 누운 아이단을 보며 몸을 떨었는데, 자기 차례라니. 그는 “건강하던 아이단이 얼마나 시달렸는지 똑똑히 봤는데, 그런 병이 오다니 정말 무서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해리도 다행히 완치했다. 워낙 악성인 탓에 치료 기간도 길고 환각증세에도 시달렸지만, 열다섯 번째 생일을 앞두고 병마를 이겨냈다. 다만, 부작용으로 체중이 98파운드(약 44kg)까지 줄고, 온몸이 비쩍 말랐다.

두 친구를 본 조지는 어땠을까. 아이단과 해리가 안타까웠지만 ‘다음이 내 차례면 어쩌지’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조지는 말했다.

조지는 골수 기증자가 되자고 결심했다. 친구들을 돕지 못한 죄책감을 덜고자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가 안됐다. 열여섯 살을 넘겨야 한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조지는 16번째 생일파티를 미뤘다. 파티가 문제가 아니었다. 골수 이식 기증자 등록이 우선이었다. 가족에게도 파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나이 제한이 풀리던 날,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았다. 골수 이식 기증자 등록을 마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12월, 조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혈액암 환자가 골수를 필요로 하니 조직 검사를 받아보자는 내용이었다. 골수가 필요한 사람의 나이는 19세. 아이단에게 골수를 내줬던 기증자와 동갑이었다.

아이단에게 빚 갚는 심정으로 조지는 발표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2개월 후, 조지는 런던으로 날아가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았다. 아이단이 수술받고 기뻐하던 날처럼 자기의 골수를 받은 누군가의 가족도 마찬가지 심정일 거라는 생각에 조지는 한없이 행복했다.



세 친구 사이에는 ‘골수이식’이라는 새로운 끈이 생겼다. 남은 인생 두고 말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조지는 “아이단은 ‘네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했다”며 “비록 아이단이 내 골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친구를 도와준 것 같은 생각에 묘한 느낌을 받곤 한다”고 했다.

아이단도 “비록 지금은 공부 때문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계속해서 연락하며 지낸다”며 “그동안 지나온 특별한 시간이 우리를 더 강하고 끈끈하게 묵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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