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5분쯤 홍대 입구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한강은 "사실 영국에는 출판사 편집자와 신작('흰') 출간을 상의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며 "수상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을 받고 나서 여러분이 많이 기뻐해 주시고, 고맙다고 해주신 분들도 계셔서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헤아려 보려고 많이 생각을 하게 되는 1주일이 지나갔다"고 했다.
한강은 수상 당시 "시차 때문에 거의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린 상태였다. 별로 현실감 없는 상태로 상을 받은 것 같고 다행히 발표 나기 직전에 커피 한 잔을 마셔서 무사히 그날을 마무리했다"고 했다.
한강은 "당시 제 마음이 담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쓴 지 오래돼서 그런 것 같다"며 "11년 전 소설이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서 이렇게 먼 곳에서 상을 준다는 게 좋은 의미로 이상하게 느껴졌달까, 그 당시 기쁘다기보다는 '아, 참 이상하다' 이런 정도였다"고 담담하게 느꼈던 이유를 설명했다.
수상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한강은 "잘 모르겠다. 여기 올 때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바라건대 아무 일 없이 예전처럼 잘 살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뭔가 드릴 말씀은 다 드린 것 같고, 더 드릴 말씀은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글을 써가면서 책의 형태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다.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작가다운 말을 했다.
수상 이후 책을 사보는 독자들에게 한강은 "이 소설('채식주의자')이 좀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이 소설을 질문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11년 전 던진 질문으로부터 저는 계속 나아갔고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새 독자들에게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희망하는 점이 있다면 그 소설만 읽으시지 말고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이 많은데 조용히 묵묵하게 방에서 자신의 글을 쓰시는 분들의 훌륭한 작품도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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