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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려견이 먹던 음식을 이젠 내가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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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5 17:08:08 수정 : 2016-05-25 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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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식량 위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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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반려견을 위해 샀지만 이제는 내가 먹으려고 삽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엘리베이터 수리업을 하는 후안 곤잘레즈(55)는 정육점에서 ‘소 허파’ 한 덩어리를 사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자신 몫의 스테이크용 고기를 사고 반려견에게 주기 위해 허파를 구매했지만 이제 그런 삶은 ‘사치’가 돼버렸다. 그는 “소 허파는 내가 먹을 음식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량난이 지속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유와 고기, 콩과 같이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필수적인 음식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베네수엘라의 3개 대학교가 공동으로 참가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국민들의 12%가 하루 세 끼를 먹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아넬라 에레라-쿠에나 시민단체(벤고아 재단) 활동가는 “하루에 세끼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식량난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은 아이들과 노인층이다. 벤고아 재단은 현재 베네수엘라의 학생 4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0%가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였고, 결석률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두 살배기 딸이 있는 파울라는 “아이가 배고프다고 보채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아침에 아이를 재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양학자인 크루세스는 “베네수엘라 미래 세대는 식량난에 직격탄을 맞아 지금 세대보다 키가 더 작아지고 더 뚱뚱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칼슘 부족이 성장을 막고 과도한 탄수화물 소비가 비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례 없는 식량난을 두고 정치권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비판 또는 옹호하면서 다투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측은 마두로 정권이 석유에 치중해 농장과 농업 관련 기업을 대거 몰수해 식량난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정부 측은 “좌파 정권을 몰아내려는 우파 측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닭을 스스로 키우거나 채소를 재배해 자기가 먹을 식량은 자신들이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저유가에 직격탄을 맞았고, 마두로 정권은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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