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55·사진) 시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최후진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박근혜 소장’으로 기록물에 나와 있던 안중근 의사 유묵의 행방을 묻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2013년 1심 재판에서 일부 유죄선고를 받았지만 2014년 3월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상처받은 시인은 박근혜정부 아래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지난 14년간 써온 산문을 시집 대신 펴낸 ‘그런 일’(삼인)에는 이 같은 문학 바깥의 일보다는 시인이 성장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글을 써온 배경과 다양한 문학 이야기가 더 많다.
이번 산문집에는 시인의 시작노트에서부터 교우관계, 서평에 이르기까지 인간 안도현과 시인 안도현을 두루 관통하는 산문들이 망라돼 있다. 북녘 나무심기운동을 벌이면서 평양에 갔을 때 만난 접대원 ‘김은숙 동무’와 연애한다고 말하자 아내가 전혀 경계심이나 질투심이 없다는 듯 그냥 웃고 말더라면서 “그 어떤 갈등도 의심도 없는 이게 통일”이라고 쾌재를 불렀다는 사연도 그 일부다.
안도현은 “일필휘지의 필법을 익히지 못했으나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말하면 안 되는 것들 사이에서, 꾹꾹 눌러 써야 할 것과 가볍게 적고 지나가야 할 것들 사이에서 나는 늘 망설이고 머뭇거렸을 뿐”이라고 머리말에 적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