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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써온 산문에 담긴 시인 안도현의 추억·소회

입력 : 2016-05-26 21:53:39 수정 : 2016-05-26 22: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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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그런 일’ 펴내
“저는 지금도 제가 왜 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 있게 되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잘못이 있다면 평소에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 하던 것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질문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문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행위조차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 우리 사회는 올바른 사회라고 보기 어렵고 그 앞날도 막막합니다. 검찰이 저를 무리하게 기소한 것은 법률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폭력이며, 저는 그 피해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안도현(55·사진) 시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최후진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박근혜 소장’으로 기록물에 나와 있던 안중근 의사 유묵의 행방을 묻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2013년 1심 재판에서 일부 유죄선고를 받았지만 2014년 3월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상처받은 시인은 박근혜정부 아래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지난 14년간 써온 산문을 시집 대신 펴낸 ‘그런 일’(삼인)에는 이 같은 문학 바깥의 일보다는 시인이 성장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글을 써온 배경과 다양한 문학 이야기가 더 많다.

안도현의 상징적인 시편처럼 널리 알려진 ‘연탄 한 장’은 어떤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이 있느냐’는 짧은 구절을 경구처럼 많은 이들이 기억하지만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을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로 이어지는 전문을 세밀하게 접한 이들은 드물다. 책에는 경북 예천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로 올라와 자취방에서 연탄불 꺼뜨리지 않는 게 어린 시인의 소임이었던 배경이 자세하게 나온다.

이번 산문집에는 시인의 시작노트에서부터 교우관계, 서평에 이르기까지 인간 안도현과 시인 안도현을 두루 관통하는 산문들이 망라돼 있다. 북녘 나무심기운동을 벌이면서 평양에 갔을 때 만난 접대원 ‘김은숙 동무’와 연애한다고 말하자 아내가 전혀 경계심이나 질투심이 없다는 듯 그냥 웃고 말더라면서 “그 어떤 갈등도 의심도 없는 이게 통일”이라고 쾌재를 불렀다는 사연도 그 일부다.

안도현은 “일필휘지의 필법을 익히지 못했으나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말하면 안 되는 것들 사이에서, 꾹꾹 눌러 써야 할 것과 가볍게 적고 지나가야 할 것들 사이에서 나는 늘 망설이고 머뭇거렸을 뿐”이라고 머리말에 적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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