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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만에 마주한 한·일 반가상… 온화한 미소에 사유의 미학 오롯이

입력 : 2016-05-26 21:54:12 수정 : 2016-05-26 21: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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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은 6세기 후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국보 주구사(中宮寺) 목조반가사유상은 7세기 후반의 작품. 약 100년의 차이를 두고 한국과 일본의 고대국가는 후일 세계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게 될 불상을 만들었다. 닮기도 했고 전혀 달라 보이기도 하는 두 불상은 고대 한일 양국의 교류를 증언하는 빛나는 흔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전시실에 특별히 마련한 독방에 두 불상이 마주 앉았다. 널찍한 전시실은 두 불상만으로 채워졌으나 한국, 일본은 물론 인도, 중국까지 고대인들이 수백년간 맺었던 교류의 시간으로 가득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우리나라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 주구사 반가사유상이 마주보고 전시되어 있다. 고대 일본은 한국의 발전된 불상 제작기술을 수용해 독자적인 기법을 발전시켜 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인간적 고뇌에서 신의 사유로…반가상의 발전

반가상은 신성(神性)과 인간미가 결합된 조형물이다. 불교 수행의 기본 자세 중 하나인 ‘반가’(半跏·수직으로 내린 다리 위에 반대편 다리를 걸친 자세)와 진리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철학적 행위 ‘사유’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불교가 발생한 인도에서 반가상은 출가 이전의 부처, 즉 싯다르타 태자를 고뇌에 찬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5∼6세기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중국의 반가상은 “(인도) 간다라의 영향을 받은 초기에는 불전도(佛傳圖·석가모니의 일생을 그린 그림) 등에서 인간적 고뇌를 하고 있는 싯다르타 태자로 표현하다가 불교가 정착하고 발전해 가면서 신앙의 대상인 태자나 태자사유의 독립상으로” 조성되었다. 6세기 중엽이 되면 정치상황의 안정을 바라는 염원과 ‘미륵정토신앙’이 결합하면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탄생했다.

반가사유상의 절정은 6세기 후반∼7세기 한국을 무대로 했다. 인도, 중국에서 본존불의 협시 등 대체로 주변적 요소로 표현되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본존불로서 예배의 중심으로 격상된 것이 뛰어난 예술적 성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 등 우수한 불상이 탄생한 배경이다. 화랑제와 불국토라는 이상국가가 실현될 것이라는 미륵신앙이 합쳐져 7세기 전반에 미륵보살을 형상화한 반가상이 제작됐다. 이처럼 인도, 중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불교의 동진(東進)에 따라 세속의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반가상의 인간적 사유는 점차 신의 사유로 바뀌어 갔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파되면서 반가사유상은 싯다르타 태자의 인간적 고뇌를 표현하는 것에서 숭배의 대상인 신의 사유를 표현한 것으로 변화해 갔다. 우리나라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왼쪽)과 일본 주구사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국 불상 흡수해 독창적 성취 이룬 일본 불상


박물관이 처음 ‘한일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전시회를 기획했을 때 염두에 두었던 불상은 83호 반가상과 교토 고류사의 반가상이었다. 하지만 고류사에서 불상 반출에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고, 주구사를 어렵게 설득해 이번 전시가 성사됐다.

‘78호-주구사 상’ 조합은 애초 계획했던 ‘83호-고류사 상’ 조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83호-고류사 상’ 조합은 양국의 동질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금동상, 목조상으로 재질은 다르지만 두 불상이 쌍둥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78호와 주구사 상은 같은 반가사유상이지만 형태나 제작 방식 등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주구사 상은 한국의 불교문화를 수입한 일본이 100년의 시간을 두고 독창적 발전을 이룬 한 증거다. 주구사 상은 11개 조각의 녹나무를 조립해 만드는 일본 특유의 제작방식을 따랐다. 적송을 재료로 하나의 통나무를 깎아 만드는 한국 방식을 적용한 고류사 상과도 다른 특징이다. 고개를 약간 앞으로 기울이면서도 등을 곧게 세운 모습은 다른 반가상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중국 산둥성 반가사유상.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400여년 만에 한일 양국의 반가사유상이 한자리에서 만난다”며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속으로는 같은 두 반가사유상은 양국의 오랜 문화 교류를 웅변한다”고 평가했다. 제니야 마사미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장은 “두 불상은 양국에서 유례가 없는 걸작으로 고대 문화 교류의 결실이다. 이번 특별전은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전시”라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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